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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뉴스토마토프라임] 조선제일검 '한동훈' 딜레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때는 '보수의 메시아'였다.

조선제일검에서 현 정권 2인자를 거친 황태자. 내친김에 집권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표까지…. 중앙정치권에 도전장을 낸 그는 거침없었다.

주무기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범야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엔 공산 전체주의 프레임을 덧씌웠다.

시대적 소명을 안은 촛불 시민은 '좌파 빨갱이'에 놀아난 우매한 군중으로 매도됐다.

무소불위 검찰 해체의 당위성은 '검찰 죽이기'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내 드러난 '조선제일검'의 한계. '국민 눈높이'를 역설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꼬리를 감췄다.

특유의 치고빠지는 잔기술은 정치 퇴행의 상징인 '신성불가침' 영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기어코 그 영역에 둘러싸였다.

민심의 역린보다 중요한 건 'V0(김건희)·V1(윤석열)' 심기. 국민이 원한 것은 대쪽 같은 이회창(전 자유선진당 총재)이었지만, 그가 택한 것은 '황교안'(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얘기다.

 

기승전 '정적 죽이기' 

 

처음부터 그랬다.

내부 혁신은 걷어찬 채 정적 타도만 외쳤다.

운동권 청산을 기치로 든 한 대표의 목표는 민주당 압살. 조선제일검이 극우 이념과 맞물리자, '서초동 사투리'는 극대화됐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비롯해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등은 조선제일검에 막혔다.

보수 진영은 민주당발 검찰개혁을 '검찰 죽이기→수사 지연·전문성 하락→형사 사법 시스템 붕괴'라고 비판했다.

 

'검수원복' 고비마다 한 대표가 선봉에 섰다.

윤석열 정권 초대 법무부 장관인 그는 검찰개혁 프레임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법무부 장관 시절 1호 지시사항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서울남부지검 재설치.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 장관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폐지한 지 2년 만에 이마저도 원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정권에서 폐지된 강력부 등 직접수사 부서도 복원했다.

검찰총장 승인 없는 형사부의 직접수사 길도 열었다.

보수 혁신은 간데없이 검수원복만 남은 셈이다.

여당 대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적 죽이기에 나설 땐 어김없이 검수원복 논리를 꺼냈다.

 

한 대표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수원복' 덕에 이재명 위증교사 검찰 수사가 가능했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다음 날엔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주최한 장외 집회를 '판사 겁박 집회'로 규정, "중형을 받겠다는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수원복 칼을 찬 조선제일검의 한 방향은 정적 죽이기. 한 대표의 핏발 선 외침에도 이 대표는 중형은커녕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딱 거기까지였다.

정체성의 한계가 한동훈 리더십을 짓눌렀다.

그의 정체성은 검사동일체. 여당 대표의 외피를 쓴 뼛속까지 검사. 명분은 법치주의. 속내는 무소불위 검찰의 보위. '윤석열(대통령)·한동훈(여당 대표)' 동맹이 부른 화. 그들의 오판이 촉발한 보수 정권의 몰락 조짐. 그 시작과 끝은 검수원복.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페루)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브라질) 참석차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환송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정체성은 '검사동일체' 

 

뼈 아픈 질문 하나. 지금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은 어디서 일어나고 있나. 형사사법시스템은 누가 흔들고 있나. 4년6개월간 끌다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김 여사는 유죄 판결을 받은 주가 조작의 전주로 지목됐으나,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방조 혐의도 묻지 않은 채 방탄막을 쳤다.

한 대표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 직후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분노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자, "국민이 납득할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특검(특별검사)엔 반대했다.

전형적인 법꾸라지(법+미꾸라지) 화법. 

 

선택적 정의는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계속됐다.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처분은 물론,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조차 뭉갰다.

동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복원하지 않았다.

김 여사 무혐의 결론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아닌 친윤(친윤석열)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주도로 이뤄졌다.

그사이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도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전형적인 '유권무죄 무권유죄'(권력이 있으면 무죄가 되고 권력 없으면 유죄). 권력의 편이면 있는 죄도 덮는 검찰의 권력 사유화. 전형적인 법치농단. 

 

예견된 일이었다.

한 대표가 검사 프레임에 갇힌 사이, 보수는 자멸 수순을 밟고 있다.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진 윤 대통령은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에 시달리는 관가엔 복지부동이 판친다.

"정권교체 되면 고발만 당한다"라며 핵심 국정과제에서 발을 빼는 공무원들이 넘쳐난다.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한 셈이다.

 

 

전례 없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도 여당은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간 극한 내전에 빠졌다.

2004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천막당사'는 언감생심. 현재 권력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후과는 국민의힘 고질병인 '영남·웰빙·수구꼴통당'의 도돌이표. 한 대표가 보수 재건에 실패하는 한,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YS)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어 단숨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이회창의 길은 없다.

 

 

기다리는 것은 수구꼴통의 대명사였던 황교안 체제. 2020년 4·15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대패(103석). 한 대표가 여의도 정치판에 뛰어든 전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36%(2023년 12∼14일 조사·15일 공표)에서 28%(지난 19∼21일 조사·22일 공표)로, 8%포인트 하락. 그사이 윤 대통령 지지율도 11%포인트(31%→20%, 이상 한국갤럽의 전화면접 방식·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급락.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를 차용한 그가 진짜 환상에 빠졌다.

조선제일검의 무운을 빈다.

 

최신형 정치부장 

newstomato.com | 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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