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최근 청약시장에서 '수도권=흥행 보장'이라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 동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분양 성적 차이가 큰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는데요.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는가하면, 미분양에 허덕이는 지방에서도 완판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최근 청약시장은 수도권 입지보다는 합리적 분양가와 향후 차익실현이 가능한 입지 등 복합적 요소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 지속 감소세…'반세권' 지역 부진에 경기도 미분양↑
2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전국 민간 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은 54.5%로 직전 분기의 64.2%보다 9.7%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서는 29%포인트나 떨어진 수치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초기 분양률은 신규 분양 아파트 분양 개시일로부터 3개월 초과∼6개월 이하 총 분양 가구 수에서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구 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수치입니다.
올 3분기 평균 초기 분양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과 수도권은 70%를 기록했는데 서울과 인천은 각각 71.6%, 83%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경기도는 67.6%를 기록했는데요.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5%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입니다.
경기도에서도 입지에 따라 분양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곳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대형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접해 '반세권'으로 주목받던 지역들의 청약 부진이 눈에 띕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위치한 평택과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연초보다 10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이는 반도체 관련 투자 계획 연기에 따른 공장 증설 중단,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른 청약 수요 감소, 반도체 호재에 쌓여버린 아파트 물량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겹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평택과 이천, 안성 등 경기도 3곳의 지난 9월 말 기준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총 5171가구로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 9521가구의 5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2일 분양에 돌입한 '평택브레인시티 한신더휴(887가구)'를 비롯해 상반기 분양한 '평택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1070가구)', '지제역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1158가구)' 모두 미달을 기록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분양가격이 크게 상승한데다 '반세권' 지역의 경우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기대감 등이 시장 예상치보다 분양가에 과하게 선반영된 측면이 있었다"며 "서울도 실거래가 지수가 하락세에 접어드는 상황이고 대출규제도 강화되면서 서울보다 입지적으로 불리한 경기도 분양 시장도 다소 차갑게 식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평택 등 반도체 산업 호재가 있는 지역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증설 중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반도체 호재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분양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공장 증설 등이 다시 확정되더라도 입주 시점과 차이가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미분양 무덤' 대구서 흥행도…합리적 분양가·차익 실현 가능성 중요
한편 지방에서는 부산(70.5%), 울산(92.6%), 충남(59.1%), 전북(55.5%)이 절반을 넘는 초기 분양을 기록했습니다.
초기 분양률이 낮은 축에 속하는 대전(36.4%)와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16.5%)에서도 청약흥행에 성공한 단지도 있는데요.
일례로 지난 7월 대전 도안신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는 일반분양 2,113가구가 계약을 시작한 지 한달여 만에 완판됐습니다.
대구 남구에서는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가 예비입주자 계약을 마친 후 계약률 98%를 달성하며 현재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송승현 대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방은 한동안 분양 가격을 과하게 올리지 못했다"며 "미분양 물량 해소 등을 위해 분양가 할인, 수분양자 혜택 제공 등이 이어지면서 분양률을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여파에 향후 청약 시장은 상승 여력이 높은 지역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만 집중하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초기 분양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일부 단지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신규 단지를 분양받는 것은 실거주 목적뿐 아니라 투자 목적도 반영돼 있기에 차익을 생각했을 때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곳은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