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장만희 위원장도 사의를 밝혔습니다.
국토부 출신들이 사조위에 포진하면서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토부의 '셀프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박 장관은 7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당국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할 생각이며 적절한 방법과 시기를 상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장관과 사조위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셀프 조사' 논란과 무관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동안 유가족 측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난 ‘콘크리트 둔덕’을 비롯한 공항 시설물 설치 및 관리 최종 책임이 국토부에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 출신들로 이뤄진 사조위가 과연 조사를 제대로 하겠느냐고 의심해 왔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를 조사에서 배제하거나 중립적인 별도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한 이유입니다.
실제 총 12명으로 구성된 사조위의 장만희 위원장은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 출신이고 상임위원인 주종완 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윤진환 철도국장 등도 국토부 소속 공무원입니다.
항공조사팀을 총괄하는 항공조사팀장도 국토부 출신입니다.
국토부 출신이 아닌 민간인은 비상임위원 8명(민간 전문가, 교수)에 변호사 출신 공통(법률)위원 한 명입니다.
별도 독립 기구 설치를 요구해 온 유가족 측은 사조위에 참여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조위는 운영 규정에 따라 참여가 어렵다며 거부했습니다.
사고 조사위 운영규정에는 조사단을 구성할 때 '사고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는 제척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사조위 운영규정대로라면 이해관계자인 국토부도 제척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안공항 관리 최종 책임자가 국토부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현재 제주항공 참사의 실질적인 조사는 사조위 사고조사관 11명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관계자 1명,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전문가 3명, 사고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관계자 4명이 포함된 합동 조사단이 맡습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도 참여하겠다며 국토부에 참여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사조위는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토부 장관과 사조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보면서, 항공업계와 국토부의 오랜 유착 관계의 귀결인 것만 같아 씁쓸한 뒷맛이 남았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