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탄핵이라는 국가적 대혼란 이후 '협치'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부터인데요. 반으로 쪼개진 대한민국을 수렁에서 건지기 위한 특단의 조치(?)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무총리로 임명됐던 그는 윤정부 들어 지난 2022년 5월 취임 당시에도 '협치에 앞장서겠다'는 취임 일성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협치 전문가'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요.
돌아보면 협치는 국정 분열이나 리더십 공백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총리도 협치를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국가를 이끌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균형 있는 국정 운영을 약속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여야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립적 입장을 위시한 방패막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협치는커녕 가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양새입니다.
당장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과 관련해 한 대행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면서도 막판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감 놔라 배 놔라 사방에서 말이 많습니다.
잠잠하던 김부겸 전 총리는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에선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압박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여당은 거부권 행사를 독촉하며 맞불을 놨는데요.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최종적으로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과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거론하며 조심스레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하는데요. 간호법 제정안은 사실 의정갈등 격화로 인한 어부지리 성격이 강했고 국토교통위원회 이슈는 정치적 쟁점 사안이라기보다 의원들의 지역구 이권과 관련이 있어 합의가 불가능하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협치까지는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신중하지만 고집이 센 것으로 알려진 한 대행이 좌우를 넘나든 자신의 이력을 살려 진정으로 협치를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