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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영어 조기 교육


"난 우리 애는 무조건 영어 유치원 보낼 거야."

 

고등학교 친구는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를 무조건 영어 유치원에 보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습니다.

조기 영어 교육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자신이 "영어를 잘 못했던 설움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할 당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면서, 어릴 때부터 일찍 영어를 배웠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자녀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정작 "영어 유치원 별거 없더라"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친구는 영어 유치원 교육비 때문에 부부 싸움이 잦아졌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월 300만원 영어 조기 교육에 공감을 못한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친구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원래 인간은 본인이 직접 부딪혀야만 깨닫는 법이니까요. 

 

몇년 뒤 친구와 오랜 만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친구는 어느덧 학부모가 돼 있었습니다.

자녀를 영어 유치원에 보냈냐고 물어보니 1년 다니고 때려 치웠다며 겸연쩍게 웃었습니다.

아이가 영어에 재능이 없는 건지, 어학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애초에 공부에 관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반에서 혼자 못 따라가 뒤처지게 됐다는 거죠. 재능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이 오히려 열등감만 심어줄 뻔했습니다.

엄마의 교육열이 아이를 잡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영어 정규 교육 과정을 1학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현재 초등학교 영어 정규 교육은 3학년부터 시작되는데 이를 앞당기겠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입학 직후에는 영어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공교육의 부재가 과도한 영어 사교육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문득 2020년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할 당시 통역사로 무대에 올랐던 샤론 최가 기억났습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화제가 됐지요. 추후 인터뷰에서 샤론 최가 꼽은 영어 공부 비법은 '덕질'이었습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공부한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더 알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게 됐단 거죠.  

 

언어는 수단입니다.

생각과 사고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무엇을 위한 영어 공부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맹목적인 허영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사진=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newstomato.com |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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