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최수빈 기자] 호남은 민주당 텃밭입니다.
역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호남은 늘 민주당계 정당을 지지했습니다.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호남 28석 중 27석을 석권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호남 현역 의원들과 지역 정가는 셈법이 분주해졌습니다.
민주당 현역들은 당이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공천 물갈이를 할까 노심초사입니다.
정가에선 제3지대 신당 변수에도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물갈이 대상이거나 공천 탈락 가능성이 높은 일부 현역들이 제3지대 신당으로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아직 호남에선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의 효과가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마냥 안심하고 수도권에 집중하기도 어렵습니다.
20대 총선 때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호되게 당한 학습효과 탓입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사진=최수빈 기자)
28석 호남…민주당 '절대사수' 과제와 빈틈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호남 선거구는 총 28곳입니다.
이중 광주는 8곳입니다.
△동·남갑 △동·남을 △서갑 △서을 △북갑 △북을 △ 광산갑 △광산을 등입니다.
전북은 10곳인데, △전주갑 △전주을 △전주병 △군산 △익산갑 △익산을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 등입니다.
전남 역시 선거구가 10곳입니다.
△목포 △여수갑 △여수을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순천·광양·곡성·구례을 △나주·화순 △담양·함평·영광·장성 △고흥·보성·장흥·강진 △해남·완도·진도 △영암·무안·신안 등입니다.
호남 땅덩어리는 크지만, 서울과 수도권, 경기, 영남 등에 비교해 선거구 숫자가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호남에는 정치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민주당으로선 '절대 사수'해야 할 곳이지만, 상대 정당이 민주당 앞마당에서 빈틈을 공략할 경우엔 판세를 요동치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년간의 선거를 보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 28석 중 3석만 얻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안철수 대표가 주도했던 국민의당은 23석이나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절치부심한 민주당은 4년 뒤 21대 총선에서는 28석 중 27석을 석권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공천도전장 낸 '친명' 후보들로 격전지 부상
4·10 총선 격전지는 △광주 동남갑 △동남을 △서을 △광산갑 △전주을 △여수을 △고흥·보성·장흥·강진입니다.
광주 동남갑은 비명(비이재명)과 친명(친이재명의) 대결입니다.
재선을 노리는 현역의 윤영덕 의원은 비명계 분류됩니다.
도전장을 낸 정진욱 민주당 당대표 특보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의 대변인을 지냈습니다.
서을과 광산갑에선 이 대표의 변호인단이 일제히 도전장을 냈습니다.
우선 서을은 본래 민주당을 탈당,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 지역구입니다.
민주당에선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출사표를 냈습니다.
부산고검장을 지낸 양 위원장은 이 대표의 호위무사로 불립니다.
광산갑에선 현역 이용빈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이 대표의 법률특보인 박균택 변호사가 공천 도전장을 냈습니다.
박 변호사도 검찰 출신입니다.
여수을에선 현역 김회재 의원이 재선을 준비합니다.
여기에 조계원 민주당 부대변인, 권오봉 전 여수시장 등이 바닥을 다지며 3파전을 형성 중입니다.
조 부대변인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일 때 정책수석을 했습니다.
2016년 3월22일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구 '당 잔류'를 선언했다.
앞서 전 의원은 20대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중앙당 향한 현역들 긴장…'물갈이'에 촉각
호남 주요 선거구에서 친명계 후보들이 대거 공천 도전장을 낸 데서 알 수 있듯 현재 이곳에선 현역 물갈이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지역정가를 둘러보면 비명으로 분류된 일부를 빼곤 누구나 친명을 내세웁니다.
'원조 친명 OOO', '친명 호위무사 OOO', '이재명과 함께, OOO와 함께'라는 구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후보들이 이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은 물갈이 우려 탓입니다.
선거 땐 으레 '새로운 피 수혈'을 기치로 현역을 컷오프하고 새로운 인재를 발탁합니다.
하지만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20대 총선 공천 결과 민주당이 호남 현역 또는 기존 후보자를 물갈이한 비율은 50.0%였습니다.
21대 총선 공천에선 민주당 호남 현역 또는 기존 출마자 67.8%가 교체됐습니다.
4·10 총선에서도 대대적 현역 교체가 예고됩니다.
특히 여야의 소장 개혁파들은 '우세 지역구 3선 초과 출마 금지' 등을 주장합니다.
민주당에 우세지역은 곧 호남입니다.
호남 현역들은 중앙당 눈치만을 살피는 상황입니다.
1월9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사진 오른쪽부터)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당, 찻잔속 태풍이냐…국민의당 악몽이냐
지역 정가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제3지대 신당입니다.
민주당 적통을 내세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별안간 신당을 창당키로 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개혁신당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광주 서을 양향자 의원은 한국의희망을 창당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한 새로운선택도 있습니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들 신당이 각개전투를 벌일지, 빅텐트를 세울지에 따라 호남에서의 판세도 여파를 받을 게 자명합니다.
현재로선 신당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신당의 명분이 부족하고, 합류키로 하는 의원들이 적고, 그나마 합류하는 의원들도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의당 악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신당들이 극적으로 빅텐트를 구성하고, 컷오프된 현역들이 모일 경우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 아니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 23석을 얻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광주에선 8석을 다 국민의당이 차지했었습니다.
최병호·최수빈 기자 choibh@etomat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