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B 기자] 정부의 예산 편성은 국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으로, 국민의 삶과 국가의 지속성을 좌우합니다.
매년 12월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 예산안은 정부가 향후 1년간 추진할 경제 정책의 청사진으로도 여겨집니다.
올해 정기국회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인 이유입니다.
정부가 2025년도 예산 규모를 667조4000억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7일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이 적절히 배분됐는지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미미하게 증가하는 데 그쳐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정부는 2025년도 중소기업 분야 예산을 16조4280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이는 2024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인데요. 세부적으로는 △창업 및 벤처 280억원(0.7%)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육성 1915억원(1.8%) △무역 및 투자유치 301억원(3.2%) △산업·중소기업 일반 303억원(4.0%)이 각각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3.2%)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분야가 정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46%에서 2025년 2.43%로 소폭 줄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소기업 분야 지출이 코로나19 대응과 한국판 뉴딜 등으로 2020~2022년 사이 상승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종식과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 전환으로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 이슈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예산의 제한적인 증가는 우려되는 대목인데요. 유니콘 기업의 육성과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견기업 도약 예산 40% '싹둑'
연구소는 정부 예산안 중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22대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실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종민 무소속 의원실이 주요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관에서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은 전년 대비 2800억원, 신용보증기금은 7340억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648억원, 기술보증기금은 200억원,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48억원, 한국벤처투자는 460억원의 예산이 각각 증가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기업은행은 정부 예산을 받지 않는 기관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항 없음'이라는 답변을 보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진공의 경우 전체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늘었으나, 핵심 사업 예산이 크게 삭감됐습니다.
기술력과 사업성은 우수하나 자금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혁신창업사업화자금은 3600억원(18%) 줄었고, '혁신성장지원'과 '제조현장스마트화' 등의 사업을 포함한 신성장기반자금도 1476억원(10.1%) 감소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중견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금융 지원사업 예산입니다.
신성장기반자금 사업에 포함된 이 지원사업은 올해 1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600억원으로 40% 삭감될 예정입니다.
중진공은 "7년 미만 기업을 지원하는 창업 자금과 7년 이상 기업을 지원하는 시설 자금은 전년 대비 줄었으나, 사각지대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신시장진출지원자금, 재도약지원자금, 긴급경영안전자금 등 특수 목적 자금은 증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96.6%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원전산업성장펀드(400억), 반도체생태계펀드(300억), 반도체설비투자지원 특별프로그램(2500억원) 등 신규 사업 예산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오히려 중소·벤처기업 성장 자금인 혁신성장펀드는 24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400억원이 감소했습니다.
산업은행은 "내년 혁신성장펀드 3조원 조성을 위한 마중물 자금으로 총 2000억원 출자를 요청했다"면서 "민간 자금의 마중물로 필요한 최소 재정 출자액은 3000억원이며, 부족한 1000억원은 기존 재정 모펀드 누적 회수 재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전환기 맞아 정책금융 예산 과감히 배정해야"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박정 예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한국벤처투자의 중소기업투자모태조합(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0억원(10.1%) 증가했습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이에 대해 "모태펀드는 딥테크 등 전략적 투자 분야나 초기 투자 등 투자 소외 영역에서 민간 투자 확대를 이끌며 원천기술 확보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 예산도 확대됐습니다.
수출 기업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수출 지원 기반 강화' 예산은 145억5360만원으로 11.2% 증가했으며, '중소기업수출신용보증 보험금' 예산도 668억4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3.7% 증가했습니다.
기술보증기금 정부 출연금은 2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고,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금융지원' 예산도 4조8501억원으로 7340억원 늘었습니다.
이제 2025년도 예산안 검증의 책임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국가 예산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올해 총 667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투입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국가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여야를 넘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성장 지원을 위한 예산 배분이 면밀히 검토되고 평가될지 주목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 등 성장 잠재력 강화를 목표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예산안에서는 이러한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향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중소기업 분야에 보다 충분한 재원이 배분돼 정책적 우선순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장은 정책금융기관 예산과 관련해서 큰 길을 닦아나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정 소장은 "개방형 통상국가의 길, 취업국가에서 창업국가의 길, 융자에서 투자의 길을 국가전략으로 개척하는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의 시장(민간금융) 선도적 역할은 꾸준히 해온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경제의 공급망 재편과 그에 수반되는 신(新)블럭화, 또 그를 촉진하는 전쟁 수요, AI·반도체·에너지·해양·우주 등 기술패권 경쟁 및 이미 들이닥친 기후위기, 한국의 지정학적 안보 특이성 등 대전환기에는 중벤스 기업에 시장선도적 정책금융 예산을 과감히 배정해야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금융이 시장을 리딩함으로써 선순환 체질개선이 확고히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글로벌 투자시장 즉, 자금과 아이템이 한국의 정책금융이 선도하는 국경없는 사통팔달의 시대가 될 때 국리민복의 첩경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B 기자 sj.o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