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는 '라테파파'란 말이 있습니다.
이 단어는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하는데요. 즉 남녀 공동 육아 문화가 자리 잡은 스웨덴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라테파파는 4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종종 쓰이면서 점차 한국 아빠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에 기여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사람은 19만 9976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인데요. 2021년에 17만511명과 비교하면 2만4866명으로 14.2%가 급증한 것입니다.
증가폭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때 아빠 육아휴직자가 전년보다 28.5%(1만2043명) 급증해 5만4240명을 기록했는데요. 전체 육아휴직자의 27.1%를 차지하는 규모로 역대 가장 높은 비율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기업 규모별로 보면 '보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데요. 대체로 2022년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빠의 80.1%는 종사자 수가 300명 이상인 대기업 소속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4명 이하 소기업에 종사하는 아빠의 육아휴직 비중은 3.8%에 불과했고, 5~49명인 기업에서도 해당 비율이 10.5%에 그쳤습니다.
이런 기조는 사기업이 아닌 공무원 조직에서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지난 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연도별·성별 육아휴직 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육아휴직 대상자인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한은 직원 수는 남성이 301명, 여성이 210명이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인원은 각각 7명, 73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비율로 보면 남성이 2.3%, 여성은 34.8%만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입니다.
앞서 한은은 연구를 통해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면 출산율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은의 경제연구원이 '초저출산 및 초고령화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심층연구를 통해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일 경우 출산율이 약 0.0096명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0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여성 48명, 남성 14.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입니다.
OECD 23개국의 육아휴직 평균 사용률은 여성이 108.3명, 남성이 50명인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이처럼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용노동부가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1순위(42.6%),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가 2순위(24.2%),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3순위(20.4%)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성은 승진이나 인사고과의 불이익과 소득 감소 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작성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노동자 17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5.1%(복수응답)는 '인사고과,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라고 답했고, 80.6%는 '휴직기간 중 소득감소'로 인해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바뀌지 않은 사회 인식, 일을 하지 않으면 육아를 하기 어려운 금전적 현실까지 우리 사회는 출산과 육아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합니다.
이런 이유로 출퇴근 시간에 흔히 보이는 유치원 등하교 차량 앞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라테파파가 한국에서 보편화되기 위해선 정부 정책은 물론 사회적 인식 등 변화해야 할 것들이 아직 산적한 것 같습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김정숙 여사가 스웨덴 국빈 방문 중 스톡홀름 훔레고든 공원에서 라떼파파(육아휴직 후 아이를 키우는 남성들)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