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법인세 선두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나란히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해 세수결손을 키울 우려가 나옵니다.
이미 지난해에 이어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3분기 시장 전망치를 빗나간 저조한 기업 실적 발표가 덮쳤습니다.
삼성과 현대차의 막대한 세수비중을 고려하면 결손이 커질 전망입니다.
양사는 세액공제받을 금액도 부쩍 커져 정부의 감세기조가 세수결손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세액공제 덕에 부쩍 커진 감세자산
4일 각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9조1800억여원으로 시장 예상치 10조7717억원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예상치보다 1조5917억여원이나 적습니다.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익 3조5810억원으로 예상치 3조8957억원보다 3147억원 낮았습니다.
분석가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간 만큼 세수추계 오차가 발생할 확률도 커집니다.
회계상 과세대상이익인 세전이익을 보면, 삼성전자가 10조3200억원, 현대차가 4조3700억원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161.9%나 증가한 기저효과가 크지만 세수추계에서 올해 삼성전자 납세실적이 오를 것은 이미 반영됐을 듯 보입니다.
전분기에 비해선 11% 하락하는 등 문제는 실적이 갑자기 꺾였다는 점입니다.
전년대비 호전된 실적에도 삼성전자가 사과문을 내며 4분기 전망까지 어둡습니다.
3분기 모바일, PC 재고조정 및 수요부진 등 부정적였던 영업환경요소들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내다봤습니다.
내년에 윈도우10 종료, 기업향 PC 교체주기 등 실적 모멘텀은 있지만 적어도 4분기까진 비우호적 환경이란 관측입니다.
현대차는 3분기 세전이익이 4조3700억원으로 기타이익이 더해져 영업이익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전이익도 전년대비 7.2%, 전분기비 21.5%씩 감소한 실적입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법인세비용은 2200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9000억과 달리 과세대상이익이 발생했지만 전분기 1조7500억원에 비해선 급감했습니다.
전분기 비 세전이익 감소율이 11%인데 비해 법인세비용은 87.4%나 줄었습니다.
이처럼 세전이익보다 법인세비용이 크게 감소한 데는 이연법인세자산(1년 이후 손금산입돼 납부세금을 줄여줄 자산)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는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때 법인세비용을 따로 밝히지 않았으나 세전이익에서 당기순이익을 빼면 1조1640억원(계속영업손익 포함)입니다.
같은 산식으로 계산한 전년 동기 1조4060억원보다 17.2% 줄었습니다.
삼성전자처럼 현대차도 영업이익 감소(7.2%)보다 세전이익에서 빠질 비용 감소폭이 더 큽니다.
지난해 결산기준 이연법인세자산도 양사 동시에 급증해 실제 납부할 세금은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저조할 듯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작년 이연법인세자산은 10조2117억원, 전년엔 5조1013억원이었습니다.
작년 이연법인세 중 세액공제분은 5조3466억원으로 다른 항목보다 월등히 컸습니다.
전년 1조800억원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현대차의 작년 이연법인세 자산도 3조6049억원으로 전년 3조2373억원보다 커졌습니다.
이연법인세자산 중 큰 항목이 세액공제분(선납부 후 공제)이라 정부의 기업 퍼주기 세제에 대한 비판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에 이어 상속세 완화까지 추진 중이라, 기업의 납세력을 고려하지 않고 감세를 고수함으로써 결손도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한국경제인협회에 18억1000억원을 11월 연회비로 납부할 것이라고 자율공시했습니다.
실적 부진과 납세력 감소에도 탈퇴했던 한경협엔 재가입, 회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교차됩니다.
“법인세 1% 감세보다 유효세율 굉장히 떨어져”
정부는 세수결손을 메꾸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외평기금을 끌어다 쓰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국민의 청약통장 납입금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재원과 국유재산관리기금까지 투입합니다.
이에 국감에선 재정청문회를 열자는 제안까지 야당측에서 나왔습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단순히 세율 낮춰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라 세금 산출 다음에 세액공제해주게 돼 있고 영업이익 이외 잡히는 배당소득 같은 것들이 익금불산입 되고 하다보니 법인세율은 1%포인트만 낮췄지만 유효세율은 굉장히 떨어지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이런 것은 기업 투자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느 단계 이익을 줄이고 비용을 얼마 내야 더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지가 의사결정에 반영된다.
그러다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그 방법을 지금 극대화해서 사용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과세로 연결되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를 안 했는데 수출거래 연결되면 과세 제외된다.
대기업들 다 수출거래하고 있다.
세법상으론 자회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다음 자회사에 이익이 많이 쌓여서 모회사가 배당으로 가지고 오면 그걸 또 익금불산입(감세)한다.
이런 구조화된 감세는 상당기간 지속된다.
예컨대 삼성이 미국 테일러시에 공장을 지으면 30년 이상 돌아갈텐데 거기서 계속 세금이 빠지는 식이다.
이렇게 했던 독일, 일본,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에선 해외 자회사 수익배당에 익금불산입하면서부터 (기업들이)전부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에서 이익을 일으킬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유 교수는 상속세에 대해서도 "국민은 연금 납입 중엔 소득공제해주는데 이게 과세이연해주는 것이지 비과세가 아니다.
연금 받을 때 세금 낸다.
반면 개인사업자든 법인사업자든 소득 창출할 때는 세액공제나 감면 등 조세지출 우대를 받는다.
그 빠진 부분을 과세이연 개념으로 살펴보면, 상속 단계에서 과세해야 한다.
그 (세금우대)이익이 대부분 대주주들한테 가니까"라며 "노동소득에 근거한 연금소득의 경우 과세이연해서 연금받는 단계서 과세하고 자본가들이 벌어들여서 조세감면 받아놓고 자산 상속 단계에선 세금을 빼주자는 건 불공평한 것"이라고 비평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