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뉴시스)

 

최대주주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중인 고려아연이 방어를 위해 승부수를 건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발행 전략이 자충수가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조사에 나서며 고려아연의 이같은 계획에 제동을 걸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주당 67만원에 총 373만2650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가 100% 청약에 성공하고 자사주 소각도 계획대로 모두 이뤄지면 늘어나는 주식 규모는 16.7%입니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발행하는 신주의 20%인 74만6530주를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계획입니다.

이는 전체 지분 중 3.34% 수준입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고려아연 주가는 크게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종가 154만3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던 주가는 30일 108만1000원까지 급락했습니다.

31일에는 주가가 추가 하락하며 100만원 아래에 머물렀다.

1일 100만4000원을 회복한 주가는 4일 100만~110만원 안팎에서 등락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나선 겁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발표한 직 후,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위법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유상증자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양 증권사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유상증자 과정에서 적절한 검토를 거쳤는지,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대표 모집주선회사였으며 유상증자 실사를 맡았습니다.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담당했고,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는 공동 모집주선회사였습니다.

만약 양사가 부정거래를 알고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상장사 공개매수 합병 및 분할, 증자 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를 보면 상장법인 이사회가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이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영풍·MBK연합의 공세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카드를 꺼냈지만 역풍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