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MZ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솔직함’, ‘무개념’, ‘무책임’일 겁니다.
누군가가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에 힘들다고 토로하면, 사람들은 “너네 회사에는 MZ없어? 그런 분위기는 MZ가 다 깨버려야 되는데.”라고 말하곤 합니다.
회사에서 갑질을 당해 퇴사를 결심한 사람이 “내 후임이 엄청난 MZ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우리 회사가 된통 당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MZ는 피하고 싶은 ‘요즘 것들’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미디어는 이런 '요즘 것들'의 특성을 부각하여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MZ 오피스’코너에서 MZ세대 직원은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업무를 합니다.
이어폰을 빼고 업무를 해달라고 부탁하면 “이어폰을 착용해야 업무 능률이 올라갑니다만?”이라며 맞받아칩니다.
이외에도 사회생활에서도 눈치 없고,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언론에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MZ식 질문인 이른바 ‘3요’라는 키워드가 지면에 쫙 깔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3요 주의보’,‘MZ 세대 대응법’이라며 불성실하고 근로 의욕이 없는 모습을 MZ 세대의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유튜브와같은 뉴미디어에서는 더 나아가 ‘요즘 MZ를 뽑지 않으려는 이유’라는 컨텐츠를 만들어 유머 코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MZ의 세태를 담은 콘텐츠의 댓글창에서는 ‘공감된다’라는 글이 있는 한편, ‘MZ 싸가지론’을 부정하는 비판의 댓글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게 MZ면 나는 MZ를 탈퇴하겠다.
”, “내 주변 MZ는 이렇지 않은데 일반화하니 기분이 나쁘다”등의 싸늘한 반응 등입니다.
당장 필자 주변 MZ세대 친구들을 살펴보아도 미디어에서 말하는 ‘요즘 것들’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수당 없이 매주 야간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친구, 상사가 쌍욕을 해도 꿋꿋이 일하는 무역회사에 다니는 친구, 학부모들의 교권침해로 괴로워도 묵묵히 일하는 어린이집 교사 친구 등 ‘왜 이런 걸 참고 있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근무환경에서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고 일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습니다.
현실과 미디어에서 왜 이런 괴리가 일어나는 걸까요?
이유는 부수적인 특성을 주요특성이라고 오인함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함’, ‘무개념’,‘무책임’은 부수적인 특성입니다.
주목해야 할 핵심의 특징은 바로 ‘개인주의’입니다.
개인주의란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의 존재와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과 태도입니다.
개인주의는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로 간주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개인주의는 개인의 행복이 존중되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사회에 공정한 룰이 필요하므로 개인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데에서 이기주의와는 궤를 달리합니다.
나아가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면 타인과 타협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무모하게 할 말은 하는 사람,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안하무인인 사람은 어느 세대, 어느 집단에나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하는 신입이라면 누구나 윗사람들에게 밉보여 꾸중을 듣었던 적이 있을 겁니다.
MZ세대의 ‘솔직함’,‘무개념’,‘무책임’이라는 특징은 인간 개별의 성격 특성 및 사회초년생이 겪는 사회화의 과정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개인주의입니다.
개인주의라는 공통된 가치관 내에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끝내 말을 하지 못하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한 후 퇴사라는 선택을 하는 겁니다.
‘ MZ싸가지론’이 더 회자된 이유는 집단주의 시대에서 살았던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개인주의라는 가치관이 낮설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하여 이를 솔직하게, 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싸가지없게’ 표출하는 일부 MZ세대의 행동이 유독 눈에 띄지 않았을까요?
개인주의는 어디서 툭 튀어나온 외계의 사상이 아닙니다.
개인주의화는 한국사회의 집단주의가 약화됨에 따라 시민권을 얻은 이념입니다.
심리학자인 미국 홉스테드 교수가 1980년에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70년대 한국의 개인주의 성향은 100점 만점에 18점에 (개인주의 국가 미국 91점) 불과했습니다.
20여년이 지나고 비교문화학자인 오이스만 교수는 같은 주제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002년 이후부터는 한국이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인주의화 됐다는 것을 밝혀냈죠. 2002년이면 지금 회사의 부장, 과장급이 대학을 다니던 시기입니다.
그 이전 세대가 보기엔 지금의 관리자급도 누군가의 '요즘것들'이었겠죠. 그러니 개인주의화된 개인을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것은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요.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