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 4일 새벽 계엄군 병력이 국회 후문에서 철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씨의 '12·3 비상계엄' 이후 20일 만에 국회 의안과에는 약 50건에 달하는 '계엄법 일부개정법률안'(계엄법 개정안)이 접수됐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대부분의 계엄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된 상태입니다.
해당 법안들의 주요 내용은 '위헌·위법적' 12·3 비상계엄의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윤 씨가 선포한 비상계엄의 절차적이고 제도적 문제점들을 바로잡기 위한 개정안들입니다.
가장 최근 발의한 임미애 민주당 의원의 계엄법 개정안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대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계엄사령관이 국회의 운영과 국회의원의 활동을 방해할 수 없도록 해 계엄 중에도 국회의 기능이 보장되는 걸 골자로 합니다.
같은 당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계엄법 개정안은 국무위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무기명 투표에 찬성해야 계엄령 선포가 가능합니다.
사실상 윤 씨의 '2차 계엄'을 막기 위한 것인데요. 50건에 달하는 계엄법 개정안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은 단 한 명도 찾지 못했습니다.
법안 발의에는 국회의원 10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동 발의자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내란'의 책임자가 국민의힘 1호 당원인데,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셈입니다.
늘 그렇듯 가해자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사태 수습은 피해자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윤 씨의 계엄이 법안의 미비로 발생한 걸까요. 윤 씨는 애초부터 모든 절차를 무시했고, 포고령에는 '처단'이라는 표현까지 담았습니다.
현재의 계엄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위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엄법을 폐기해야 합니다.
계엄법 폐기는 제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당에서 일해 온 한 인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2017년 박근혜정부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사태가 벌어진 뒤 군 장성 출신의 국회의원에게 계엄법을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계엄법을 검토해 본 그가 내린 결론은 계엄법 폐기였습니다.
물론 실제 폐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여권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그가 계엄법 폐기를 검토한 건 전시 상황에서도 충분한 다른 대응 수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계엄법을 개정한들 제2의 윤 씨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24년의 계엄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요. '제왕'에게서 '계엄'의 권한을 뺏어두는 것도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아닐까요.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