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 혐의로 고발되면서 관가가 숨죽이고 있습니다.
국무위원들의 국무회의 참석과 계엄 선포 동의 여부에 따라 '내란죄 공범'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엄 선포에 깊숙이 개입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경우 '내란 주도자'로 몰리면서 출국금지까지 요청됐는데요. 국무위원의 참석·동의 여부가 확인될 경우 책임소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가열될 전망입니다.
"확인 안 된다"던 장관 행적, 속속 공개
5일 기준 계엄 발령을 위한 사전 국무회의 참석여부가 확인된 곳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국무위원 20명 중 대통령을 제외한 절반인 10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날 오전만 해도 각 부처들은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 "모른다", "드릴 말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오후까지 하나둘씩 참석여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종합하면 우선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치안을 담당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참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장관은 3일 밤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의 질의에 "(당일 밤) 10시 17분께 국무회의 말미에 도착해 10시 45분께 회의실에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계엄이 위법이고 위헌이라는 데 동의하냐는 김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도 "동의한다"며 공범 연루에 선을 그었습니다.
이 밖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포함하면 계엄 심의 국무회의에는 대통령 외에 일단 10명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관계 장·차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범 우려'에 즉답 피하거나 함구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참석 여부를 묻는 질의에 이날 오전까지도 즉답을 피했는데요.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간부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 알려지지 않았느냐"고 답했습니다.
계엄 논의 국무회의는 미출석, 해제 국무회의는 출석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 정도 합시다"라고 답했고, 관련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대답이 되지 않았을까요"라며 말을 아끼고 집무실에 들어갔습니다.
본인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참석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참석 국무위원을 총 11명이 됩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대변인을 통해 "(계엄 전후 모두)산업부가 나서서 확인해 주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다만 안 장관은 4일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시점에 정부서울청사를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새벽 시간대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규정상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회의를 열고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국무회의 구성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 19명으로 모두 21명인데요.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한 19명 중 최소 11명이 참석해야 회의가 성립합니다.
현재까지 참석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국무위원 탓에 국무회의가 '개의' 요건을 충족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참석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합법성’ 판단을 방해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 때문으로 관측됩니다.
참석했다고 답을 할 경우 내란죄 공범으로 연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야당은 전날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내란죄로 고발했는데요.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는 "대통령에 내란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무위원들도 적용되지 않겠지만 어쨌든 부담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며 "대통령에 내란죄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참석만으로는 공범으로 보기 어렵고 발의를 하거나 계엄 선포에 동의했는지 여부에 따라 공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