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7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반대 의사를 보였습니다.
그동안 한 대표는 줄곧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불법이며 위헌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던 모습과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정치인 '한동훈의 한계'라며 여권의 동반 몰락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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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에 휘말리고 타이밍 놓친 한동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이틀 만인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이 보고됐습니다.
야 6당 소속 의원 190명과 무소속 의원 등 191명이 발의했는데요. 국민의힘은 이를 거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탄핵 반대'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줄곧 한 대표가 요구했던 대통령의 탈당도 관철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전 8시부터 4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열고 사태수습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 대표는 세 가지를 제안했는데요. 먼저 내각의 총사퇴, 두 번째는 국방부 장관 해임 등 세 번째가 대통령의 탈당 요구였습니다.
앞선 비공개 회의에서도 한 대표의 주장은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 다수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내놨고,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면 다시 기회가 올 줄 알았지만 아니다.
탄핵을 두 번 당한 보수정당은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라고 대통령을 옹호했는데요. 그러면서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한 한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오판을 했겠나. 당정이 문제"라는 발언도 나와 결국 한 대표가 친윤계에 압박에 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동안 한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 "자유민주주의를 반드시 지키고 국민과 함께 잘못된 계엄 선포를 반드시 막겠다"고 하는 등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특히 전날 윤 대통령과 면담 후에는 "대통령이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식은 저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있어,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리스크가 증폭될 때마다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번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증폭됐을 때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면서 이탈표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실제 표결에서는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자 친한계 내에서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 제안'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은 우재준(왼쪽부터), 김소희, 김 의원, 김상욱, 김예지 의원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흔들리는 친한계…소장파·야권 압박 커질 듯
한 대표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임기단축 개헌'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만약 대통령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탄핵소추안 표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을 암시했습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한 5명의 의원들은 함께 움직일 것을 결의했고, 추가 합류자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는 인원이 모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소장파는 김상욱 의원을 포함해 김소희·김예지·김재섭·우재준 의원입니다.
이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인 사람은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일 것"이라며 "계엄이 선포된 날 밤. 우리는 가족에게 작별인사 같은 말을 남기고 국회로 달려갔고, 변고가 생길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들께 진실된 사과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습니다.
소장파의 움직임은 민심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날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5.2%는 "내란죄에 해당하는 반헌법적 쿠데타"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72.9%가 "하야 내지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를 즉각 정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8.8%로,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습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선을 하회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번 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4일 하루 동안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5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입니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0%로 집계됐습니다.
민심을 업은 야당도 대여 공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오는 7일 오후 7시 전후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에 나섭니다.
이는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야권에서 설득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한 대표를 향해 "내란 동조 세력이 되지 말라"며 압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 대표의 정무적 부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탄핵에는 선을 그으면서 탈당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이어간다면, 스스로가 윤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라고 한 비상계엄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남기게 되기 때문인데요. 결국 국민의힘 내 탄핵에 반대하면 계엄 사태에 동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옵니다.
반대로 탄핵을 찬성한다면 보수의 분열을 자초한 세력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