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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빈틈없는 홍콩 건물
지난 주 금융권 공동 홍콩IR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했습니다.

홍콩에 도착해 가장 눈에 띈 건 다름 아닌 사이사이 틈이라곤 없는 높은 건물 숲이었습니다.

낡고 높은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서있는 풍경은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였습니다.

누군가는 '홍콩 감성'이라고 부르는 장면입니다.

틈없는 낡은 건물들 뒤로는 마천루 같은 높은 빌딩이 배경으로 있었습니다.

"도대체 저 벽쪽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 걸까?" 내내 궁금했습니다.

정말 틈이 없나 싶어 가까이 가서 만져보기도 했죠.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 홍콩. 무관세, 무세금 정책 아래 전 세계 자본이 몰려들고, 초대형 금융사들이 이 작은 도시의 한 켠을 차지했습니다.

빌딩 하나하나가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의 뒤편에는 다른 홍콩이 존재했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초호화 아파트 바로 옆에는 '케이지 홈(cage home)'이라 불리는 철망으로 둘러싸인 방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세 평 남짓한 공간에 가족 전체가 눕기도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누군가는 하루벌이로 임대료를 간신히 감당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고 합니다.

 

빈곤의 풍경은 빌딩숲 사이에 교묘히 숨어 있었습니다.

홍콩인구 750만명 중 약 20%가 빈곤층으로 분류된다는 통계는 빌딩숲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경제 허브로서의 성공이 도시 전역에 고르게 퍼지지 못한 채, 극소수의 부와 대다수의 빈곤이 공존하는 모습은 홍콩의 아이러니였습니다.

 

초고층 빌딩의 유리창은 대개 깨끗하고 반짝입니다.

그러나 그 아래, 케이지 홈의 철망에는 어제의 먼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번영은 이 먼지 속에서 더 뚜렷해졌습니다.

무관세, 무세금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누구였을까요? 글로벌 자본이 이곳에 몰려드는 동안, 틈없는 건물숲은 홍콩의 또다른 상징이 됐습니다.

 

밤에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홍콩은 밤에 더 빛나는 도시라고 합니다.

빌딩숲 사이를 비추는 네온사인과 스카이라인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많은 이들에게 홍콩을 잊지 못할 도시로 각인시켰습니다.

홍콩의 경제적 성공 아래 실제 그들의 삶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newstomato.com |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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