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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시론)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어떻게 보아야 하나


한 달 후면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제1기에 비해 응집력과 순도가 높아진 트럼프 군단이 세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유럽과 중동 정세 등 국제정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역시 한반도다.

김정은과 세 차례나 만난 바 있는 트럼프가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까? 트럼프는 선거 유세 기간에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여전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특히 비핵화가 아닌 군비통제 방식의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더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핵 군축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조야에서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핵 위협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한 한국 국내의 반응은 우려와 비판적 시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핵 군축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은 그대로 놔둔 채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시켜 준다고 비판한다.

한국이 패싱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반응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이 어떠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진보 진영은 트럼프-김정은의 조기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는 정상회담 시기까지 전망하며, 정상 간 회동이 2026년에 열릴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2025년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을 제시하기도 한다.

 

 

검토해야 할 질문은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북미 정상회담 개최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만약 핵 군축 방식으로 협상한다면 합의의 수준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둘째, 이 같은 북미 협상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우선 트럼프의 높은 관심으로 볼 때 미국이 전향적으로 북한에 접근할 가능성은 있으나,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되거나 높은 수준의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유는 하노이 회담에서 대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엔 실무적 합의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탑다운 방식의 회담을 감행했으나, 그 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똑같은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미 회담이 열린다 해도 높은 수준의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북한은 탈냉전 이후 최고의 전략환경을 맞고 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라는 후원국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대북 제재가 거의 무력화된 상황이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에 매달려야 할 절박함이 사라진 상태다.

따라서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성격의 대화에만 응할 것이며, 그 양보 수준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합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정세 안정화 조치(ICBM 시험 발사/7차 핵실험 중단) → 동결(재처리와 농축 중단, 핵탄두 증대 중단) → 불능화(풍계리 핵실험장 영구 폐쇄, 영변 핵시설 폐기) → 폐기(ICBM, 핵탄두 반출/폐기)의 단계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합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즉, 북한은 ICBM 시험 발사와 7차 핵실험을 중단하고,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맞교환하는 타협안 정도다.

만약 합의 수준이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일부 제재 완화와 동결 조치 맞교환이 가능할 것이다.

 

북미 협상의 시기와 수준이 어떻든 한국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비핵화 로드맵 없는 북미 협상을 반대하는 노력을 전개할 것인지, 아니면 북미 간 핵 군축 접근을 수용하되 최대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북미 접촉을 막는 것은 어렵다.

또한 그런 시도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하되 한국의 입장을 반영토록 하는 게 바람직한 선택이다.

먼저 군비 통제적 접근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와 불안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반도는 전쟁 위험론이 부각될 정도로 불안정성이 최고로 높아진 상황이다.

무인가 평양 침투 논란 등 남북 간 위험한 기 싸움으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도하지 않은 확전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때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다면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미 정상이 만나 낮은 수준에서라도 합의안을 만들어 낸다면 한반도 정세는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간 군비 통제적 합의가 동결 수준까지 갈 경우엔 북핵 능력의 추가적 고도화 저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북미 대화가 북한의 핵 보유 지위를 정당화시켜 준다는 우려도 달리 생각할 부분이 있다.

북미 간 협상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의 핵 보유는 이미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북미 회담으로 현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북미 합의 과정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비핵화가 최종목표라는 전제하에 협상의 중간 단계로서 북미 협상을 규정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긴밀한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 최악을 막으려면 차악을 선택한다는 자세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접근해야 할 때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newstomato.com |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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