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11월은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한국의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등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려 쇼핑 축제 시즌으로 볼 수 있는데요.
대규모 세일을 연말에 하는 이유는 재고 소진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사서 파는 '직매입' 형태로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체에 있습니다.
올 한해 동안 남은 재고를 팔아야 하는 까닭에 물량을 털기 위한 대규모 할인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 유통업체는 제조사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인데요. 한마디로 유통사 중심이 아닌 '생산자' 중심인 겁니다.
애초에 생산자가 어느 정도 재고 물량을 계산해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재고가 많지 않습니다.
큰 폭의 할인이 어려운 이유인데요.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코세페 참여 요인이 크지 않습니다.
정부의 '팔 비틀기' 때문에 기업들이 매년 눈치보기로 참여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주도해 대규모 세일 축제에 나서는 이유는 소비 심리 회복 등 '내수 진작' 때문입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침체된 내수 시장을 고려하면 여전히 정부 입장에서 코세페는 내수 진작을 위한 '불쏘시개'입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서 홍보 기회가 된다는 명분도 있고요.
이왕에 시작한 코세페가 진정한 축제로 자리잡으려면 여러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선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된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해 플랫폼 업체의 참여를 독려해야겠죠. 온라인 마켓은 가격 비교가 용이한 특성상, 평소에도 최저가를 지향하고 있어 추가 할인을 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 소비자 후생증진이라는 본래의 목표에 충실하려면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오늘의집과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쿠팡 등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있다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겁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축제가 진화한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코리아블랙프레이데이에서 코세페, 그리고 국가대표 코세페로 간판만 바꿔단다는 지적에서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