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고객센터 이용약관 청소년정책 개인정보처리방침 광고안내
ⓒ2024 DreamWiz
뉴스 > 정치 본능을 거스른 이재명 사건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테러) 사건은 박근혜 커터칼 테러 사건과 비교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이 사건을 접하고 박근혜 커터칼 사건도 다시 떠올리면서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읽은 <살인의 심리학>이라는 책의 내용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로마군은 주로 단검을 사용했는데 베지 말고 찌르는 게 지침이었다고 합니다.

찔러야 사람이 죽지, 휘둘러서 베면 잘 안 죽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정작 로마 군인들은 찌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서 단검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즉, 인간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뿐더러 살인을 하더라도, 살인을 하는 순간에 희생자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게 본능이라는 겁니다.

찌르기보다는 벨 때, 베기보다는 총으로 쏠 때, 총으로 쏘기보다는 미사일로 희생자의 얼굴도 못 보고 격추할 때 죄책감과 괴로움이 덜해지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데이브 그로스먼으로,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 사관 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와 아칸소 주립 대학 군사학과 교수를 역임한 예비역 중령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재명 사건과 박근혜 사건은 다른 점이 있는 사건입니다.

 

이재명 사건 가해자는 찔렀고, 박근혜 사건 가해자는 찌르지 않고 그었으니까요. 이재명 사건 가해자가 박근혜 사건 가해자보다 넘어야 했을 심리적 장벽의 크기가 더 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재명에 대한 미움이 박근혜에 대한 미움보다 더 컸거나, 가해자가 생각하기에 이재명을 죽여야 할 이유가 박근혜를 죽여야 할 이유보다 컸다든지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결과론적으로, 박근혜 사건 가해자는 살인미수로 기소되기는 했지만 살인미수는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사건도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대로면 살인미수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에는 이처럼 크나큰 증오나 비뚤어진 신념을 추동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배후설이 제기되거나, 정치권의 극단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살인의 심리학>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후 살인에 대한 합리화와 수용은 살해자 자신이 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이뤄진다고 했습니다.

물론 전쟁을 설명할 때 나온 설명이긴 합니다.

 

전쟁이 아니고서야 살인 후에 살인에 대해서 합리화를 하라고 사회가 떠미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재명 사건 가해자는 사전에 스스로 합리화를 했기에 범행이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이게 단순히 개인의 비뚤어진 생각이나 정신이상일수도 있겠지만, 그 개인을 그렇게 만든 게 무엇인지는 계속 조사하고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newstomato.com | 신태현 기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