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벤처투자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로 얼어붙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주로 다가온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2024' 흥행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무위원이 전원 사표를 내면서 한국벤처투자 대표 공석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벤처캐피탈(VC)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부담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5일 벤처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주 11일과 12일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컴업2024를 앞두고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축제로 알려진 컴업에는 총 45개국 150여개의 해외 스타트업, VC들이 참가할 예정인데요. 중기부 관계자는 "해외 스타트업, VC들이 다수 참석 예정돼 있는 행사로 비상 계엄 선언 직후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사태가 일단락 되면서 현재는 진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기부는 컴업2024를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예년 수준으로 한국을 찾을지 미지수 입니다.
모태펀드 집행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역시 무기한 연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벤투 대표이사 자리는 지난해 11월 유웅환 전 대표가 사임한 이후 1년이 넘게 공석입니다.
지난 8월 대표이사 공개모집 이후 아직 선임되지 않았는데요. 타 공공기관과 달리 이사회와 주주총회만 통과하면 되지만 사실상 대통령실 재가를 최종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현재 국무위원이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실상 정부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한벤투 대표이사 선임은 불투명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로 국내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 유치를 받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자금 경색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한 시장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액셀러레이터인 한상민 변리사(특허법인 지원)는 "최근 해외에서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비상 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펀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최근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 투자자들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태국 계엄령 사태를 경험한 바 있어 한국의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인지하고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VC들은 기존에 투자한 자금회수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가 좀처럼 반등세를 보이지 않으며 공모주 시장도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VC는 이미 엑시트 부담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비상 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 규모가 커지고 증시는 추가로 하락했습니다.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 코스닥 양 시장에서 4227억원을 팔아치웠습니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은 "VC는 투자한 기업의 상장, AC(액셀러레이터)는 투자 기업의 후속 투자 유치를 받아야 회수가 가능한데 현재도 얼어있는 상태인데 이번 사태로, 국가 신뢰도 하락하며 추가적인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발생해 증시가 더 무너지면 얼어 있는 시장이 더욱 얼어 붙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한 해외 출자자(LP)로부터 자금 받아 운용하는 국내 위탁운용사(GP) VC들은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펀드의 기준 수익률인 '허들 레이트'가 상승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GP는 허들 레이트를 넘겨야 출자금 이외 수익을 챙길 수 있는데요.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국가 신용도 하락에 이어 환율, 증시 등 금융시장 불안 고조 및 실물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해외 LP들이 허들 레이트를 높게 책정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해외 LP들이 국내 GP에게 자금을 출자할 때 허들 레이트를 올리는 코스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각 LP들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코스트인 허들 레이트를 올리는 LP가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명(앞줄 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