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 당선 가능성에 따라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에 가상자산업계는 미국 가상자산 정책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까지 7만2000달러(약 1억원)대로 올랐다가 이날 오후 2시 48분 기준 6만9500달러대로 하락했습니다.
1일 블록체인 기반 도박 사이트 폴리마켓에서트럼프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당선 확률은 각각 61.1%와 39.1%로 나타났다.
(이미지=폴리마켓 웹사이트)
'친 크립토' 트럼프 향한 투심
이번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주식 시장 약세 등이 거론됩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비트코인의 하락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과 증시 하락, 개인 소비 지출(PCE)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 발표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급등은 자산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5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대선 역시 코인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언론사들은 사전 투표자들의 해리스 후보 지지율이 트럼프 후보보다 19~20%포인트 앞선다고 보도했는데요.
블록체인 기반 도박 사이트 폴리마켓이 보여준 '투심'은 이와 다릅니다.
이 웹사이트에서 트럼프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당선 확률은 오후 4시7분 기준 각각 61.1%와 39.1%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후보 당선 확률은 전날보다 1.6%포인트 떨어졌고, 해리스 후보는 그만큼 올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데저트 다이아몬드 아레나에서 열린 터커 칼슨 라이브 투어 피날레에서 미국 평론가 터커 칼슨과의 실시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애리조나·AFP=연합뉴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후보 당선 기대감을 타고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전날 비트코인 가격이 7만 달러를 돌파한 배경엔 트럼프 후보 당선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는 겁니다.
폴리마켓의 10월1일 트럼프 당선 확률이 49%였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6만3000달러 였는데요. 트럼프 후보 당선 확률과 비트코인 가격은 전반적으로 함께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바이든 행정부의 가상자산 적대 정책과 해리스 후보의 부실한 공약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과거 가상자산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후보가 급성장한 업계 편으로 돌아선 공약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건데요.
바이든 정부는 가상자산 업계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이른바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이라 불리는 행보를 펴왔습니다.
은행의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을 막고, 가상자산 업체들에게 은행 라이선스를 발급하지 않고, 가상자산 협력 은행에 대한 조사 강도도 높였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제정한 SAB 121 정책도 금융 기관의 가상자산 사업을 제한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고객 대신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기관이 해당 자산 규모를 부채로 잡아 재무제표에 반영하게 했습니다.
이에 해당 조치를 무효화 하는 법안이 양당 합의로 제출됐지만, 바이든 정부가 이를 거부했습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트럼프 후보가 오퍼레이션 초크 2.0을 끝내겠다고 언급한 건, 민주당 정권의 자세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보여주는 공약"이라며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비트코인의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다른 국가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관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같은 기술 발전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그쳐, 구체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최윤영 센터장도 "트럼프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반대와 전략적 비축 자산 같은 구체적인 공약과 발언을 상대적으로 일찍 내세워, 해리스가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커진 듯하다"며 "실제로 '흑인 남성을 위한 패키지'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했거나 소유한 흑인 남성을 보호하는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지원 정도만 언급됐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대통령 후보가 10월 31일(현지시간) 네버다주 노스 라스베이거스 크레이그 랜치 원형극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네바다·AFP=연합뉴스)
규제 완화하면 한국도 따라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두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장 센터장은 "규제 완화 스탠스와 가상자산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가 당선돼 미국 규제 환경이 변화한다면, 현재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한국 정부도 규제 완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이 경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트코인 ETF 출시, 법인의 계좌 설립 및 투자 허용과 같은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돼 민주당이 재집권해도 변화는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최 센터장은 "바이든 때보다는 우호적일 것"이라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보다는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구성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습니다.
대선 결과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차기 행정부에서 어떤 가상자산 정책이 채택될지가 시장에 중요할 것"이라며 "SEC 기조에 변화가 생기면 전 세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