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부결 말고 가결, 부결 말고 가결.”
조용한 법정 안에서 간절한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발달장애인 박경인씨였습니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8일 항소심은 원심에 이어 발달장애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 간절하게 속삭였던 박씨는 승소 판결을 받아들자 법정을 나와선 큰소리로 환호를 질렀습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발달장애인 공직선거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소송 2심 판결선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이은혜·이준영·이양희)는 이날 박씨 등 발달장애인 2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투표보조를 받도록 편의를 제공하라는 내용입니다.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발달장애인들이 투표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투표보조를 거부당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달장애인 12명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차별금지법 27조(참정권)를 근거로 진정서를 냈습니다.
반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57조6항을 근거로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만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인권위는 발달장애인 선거권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고 선관위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박씨 등이 이번 소송에 나선 것입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9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지난 10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신의 의사에 따른 투표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1심보다 국가의 역할을 더 크게 판단했습니다.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 등 사진이 포함된 보조기구를 제공하라는 원고 측 예비적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림투표 전면 도입하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박씨 등을 대리한 정제형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원심은 선거법을 개정해야 보조기구 도입을 논의할 수 있다며 (예비적 주장에 대해) 각하했는데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국가가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선고 의의를 말했습니다.
시각장애인 김진영 변호사는 “선거 보조기구는 투표보조도구에 그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방식을 고민한 결과고 발달장애인이 모든 국민에 포함된다는 당연한 선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투표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며 “장애인의 요구가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날 때 입법 재량과 사회적 합의를 말하며 권리 보장을 뒤로 미룬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송 당사자인 박씨는 소송 결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박씨는 “법원은 너무 무섭고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재판에 참여하면서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선관위를 향해선 상소하지 말고 발달장애인 투표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newstomato.com | 강석영 기자
조용한 법정 안에서 간절한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발달장애인 박경인씨였습니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8일 항소심은 원심에 이어 발달장애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 간절하게 속삭였던 박씨는 승소 판결을 받아들자 법정을 나와선 큰소리로 환호를 질렀습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발달장애인 공직선거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소송 2심 판결선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이은혜·이준영·이양희)는 이날 박씨 등 발달장애인 2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투표보조를 받도록 편의를 제공하라는 내용입니다.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발달장애인들이 투표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투표보조를 거부당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달장애인 12명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차별금지법 27조(참정권)를 근거로 진정서를 냈습니다.
반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57조6항을 근거로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만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인권위는 발달장애인 선거권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고 선관위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박씨 등이 이번 소송에 나선 것입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9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지난 10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신의 의사에 따른 투표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1심보다 국가의 역할을 더 크게 판단했습니다.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 등 사진이 포함된 보조기구를 제공하라는 원고 측 예비적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림투표 전면 도입하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박씨 등을 대리한 정제형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원심은 선거법을 개정해야 보조기구 도입을 논의할 수 있다며 (예비적 주장에 대해) 각하했는데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국가가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선고 의의를 말했습니다.
시각장애인 김진영 변호사는 “선거 보조기구는 투표보조도구에 그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방식을 고민한 결과고 발달장애인이 모든 국민에 포함된다는 당연한 선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투표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며 “장애인의 요구가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날 때 입법 재량과 사회적 합의를 말하며 권리 보장을 뒤로 미룬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송 당사자인 박씨는 소송 결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박씨는 “법원은 너무 무섭고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재판에 참여하면서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선관위를 향해선 상소하지 말고 발달장애인 투표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