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1%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물론, 한국은행의 전망치 달성도 어려워졌습니다.
양호한 증가세가 예상됐던 수출이 3분기에 크게 둔화하면서 성장률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는데요. 내수 역시 회복세가 더디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선거 역시 하방 위험 요인으로 꼽히면서 성장률 전망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데요. 경기 전망에 낙관론을 유지했던 정부와 한은 역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시사했습니다.
장밋빛 전망을 내비쳤던 정부와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거시경제 분석력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진에 수출 '휘청'…내수 부진도 지속
31일 기재부·한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속보치)은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앞서 내놓은 분기별 전망치(0.5%)를 0.4%포인트나 하회했습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 0.4%나 감소하면서 7개 분기 만에 역성장한 타격이 컸는데요. 수출의 경우 자동차, 화학,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부진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0.8%포인트나 끌어내렸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수출 액수는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수출 물량은 줄어들고 있다"며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 있고, 화학 제품이나 반도체가 중국과의 경쟁으로 수량이 안 나가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내수 역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회복세가 더딥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생산과 소비는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내수 부진의 우려를 더했습니다.
9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는데, 반도체 생산이 주춤한 영향이 컸습니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도 전달보다 0.4% 줄었는데,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의 판매가 감소했습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건설기성액·소매판매 감소 등 영향으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고,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동일했습니다.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모두 각각 7개월, 3개월 연속 보합·하락하면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대선'도 하방 리스크…성장률 수정 불가피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으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현재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2.6%, 국제통화기금(IMF)은 2.5%, 한국은행 2.4%인데요. 이중 가장 낮은 한은의 전망치를 달성하려 해도 남은 4분기 성장률이 1.2%는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데다,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서 상반기처럼 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인 게 현실입니다.
여기에 오는 11월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통상 압박이 강해질 경우 하방 위험 요인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4분기 1.2%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투자은행(IB)들은 4분기 성장률이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 0.5%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 총재 역시 "올해 성장률이 2.4%(한은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률이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또다시 빗나가면서 거시경제 분석 능력은 물론, 경기를 바라보는 낙관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 역시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는데요. 임광현·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기재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 2.4%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한은의 안일한 낙관론을 지적했습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 실패 지적에 대해 전망 모델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는 "한은의 예측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예측 모델을 개선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데 그쳤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쳤다는 건 통상 예상하는 성장률을 크게 하회한 것"이라며 "목표했던 2.6%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1분기 깜짝 성장 등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잡았지만, 낙관적으로 바라본 시각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지난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