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통화가 녹음됩니다"
드디어 아이폰 통화 녹음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굳이' 때문입니다.
아이폰 16 프로 제품 (사진= 뉴시스)
통화 녹음 기능이 없어 삼성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 아이폰의 큰 약점으로 꼽혀왔는데, 아이폰 공개 17년 만에 드디어 자체 앱을 통해 통화 녹음이 가능해졌습니다.
애플은 그동안 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해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상대에게 알리지 않고 통화를 녹음하는 게 불법이 아니지만 타 국가의 경우 동의 없는 통화 녹음에 대해서 법률이 다른 곳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아이폰 통화 녹음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굳이'가 붙었습니다.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의 '녹음 고지' 때문입니다.
통화 도중 화면에 표시된 녹음 버튼을 누르면 녹음이 시작되는데, 이때 상대방에게 녹음 고지가 됩니다.
"이 통화가 녹음됩니다"라고. 마찬가지로 녹음이 멈춘다는 사실도 같은 방식으로 알려집니다.
"이 통화는 더 이상 녹음되지 않습니다"라고.
굳이 붙은 녹음 고지에 벌써부터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녹음 고지 들으면 할 말도 안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굳이'에 대한 비슷한 일화는 국내 기업 카카오의 메신저 '카카오톡'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잘못 보낸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지만, 앱 자체에 메시지 삭제 기능은 없었습니다.
이용자들의 수요가 많아지자, 카카오는 메시지 삭제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굳이'를 붙였습니다.
실수로 보낸 메시지를 '5분 안'에 삭제해야 하고, 삭제를 하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라는 멘트가 남습니다.
과연 카카오는 이 굳이를 붙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지 의문입니다.
이번 아이폰의 통화 녹음 기능의 녹음 고지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과연 애플은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원했던 통화 녹음 기능을 만들면서 통화 고지를 넣으면 원성을 들을 거라는 예상을 못했을지 궁금합니다.
물론 애플이든 카카오든, 각 기업이 해당 기능들을 만들 때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다만 결국은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중들이고, 그 대중들이 또 새로운 불만이 제기될 걸 몰랐을까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불편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의 행보에서 무슨 뜻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알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