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성 광복군으로 꼽혀온 오희옥 애국지사가 11월17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 오희옥 지사는 부부 독립운동가 오광선, 정현숙의 딸이다.
오광선은 서간도 지역에 세운 독립군 군사학교인 신흥무관학교 교관과 대한독립군단 중대장으로 활동했다.
어머니 정현숙은 만주 일대에서 독립군 비밀 연락 임무를 맡았고 언니 오희영도 광복군에서 활동했다.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군에게 잡혀 옥고를 치렀다.
오희옥 지사는 13살 때인 1939년 4월 중국 류저우에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1941년 1월 광복군 제 5지대로 편입될 때까지 항일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연극과 무용, 일본군 정보 수집, 광복군 병사 모집 활동을 했다.
이후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1990년 오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필자는 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라는 시민단체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삶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대개 부부가 함께 투쟁에 참여했다.
여성 운동가들은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남편이 독립운동을 한다고 만주로, 상하이로, 충칭으로 길을 떠나면 아내가 집안 살림과 자녀를 도맡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을 했다.
<세 여자> <체공녀 강주룡>과 같이 당시 항일운동에 뛰어든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문학 작품을 보면 이런 상황을 실감 나게 알 수 있다.
여성들은 독립운동에 참여하고도 훗날까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정부에서 독립유공자로 발굴해 포상하는데 여성은 여기서도 소홀하게 취급돼왔다.
2024년 11월 현재 국가보훈부가 포상했다고 집계한 독립운동 유공자는 모두 18,172명인데 그 가운데 여성은 663명으로 전체의 3.6%밖에 되지 않는다.
여성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훌륭한 분이 많다.
오희옥 애국지사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제국주의가 대한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맞서 여성 의병장 윤희순(1860~1935)이 등장했다.
윤희순은 여성들이 의병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노래인 ‘안사람 의병가’를 지어 보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자현(1872~1933)은 사이토 마코토 조선 총독을 암살하려고 시도했다.
남자현은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의 주인공 안윤옥(전지현 분)의 모델로 알려졌다.
중일전쟁 시기에는 중국 장졔스 군대 항공기 조종사로 활동하다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에서 비행대 편성을 구상했던 한국인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1901~1988)이 있었다.
권기옥은 “중국 혁명 전선의 한국인 비행가”로 불렸으며 비행시간 7,000시간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여성 광복군으로 활동한 오광심(1910~1976), 지복영(1920~2007) 등도 있었다.
여성으로 무장투쟁에 참여한 사람만 꼽아도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 독립운동가라고 하면 유관순 말고는 잘 모르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알리려면 기록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여성들의 항일 활동은 기록된 자료가 별로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국가보훈부는 올해부터 제도를 바꿔 오희옥 애국지사의 장례를 사회장으로 치르도록 지원한다.
잘하는 일이다.
오 지사는 20일 국립서울현충원 영결식을 거쳐 이곳에 잠들게 된다.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오 지사의 생애에 고개 숙여 존경을 표시한다.
아울러 여성 항일운동가를 발굴해 널리 알리는 일에도 정부가 관심을 더욱 많이 가져주길 기대해본다.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