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천 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까지 모두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누구를 꼭 공천 줘라'라고 사실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며 "무슨 외압이 아니라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공천 개입을 자백한 셈입니다.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에 대해서도 '반헌법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2016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특검팀 소속이었던 만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 김영선에 "고생했다 한마디"…논란에 기름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공천개입, 여론조사 의혹에 대한 자신만의 해명을 내놨습니다.
공천개입 의혹은 윤 대통령 내외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6월 보궐 선거와 2024년 4·10 총선에 명태균 씨를 통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입니다.
김 여사는 과거 김영선 전 의원에게 출마 지역을 옮기도록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대통령실은 2022년 치러진 대통령 경선 이후 윤 대통령 내외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 씨와 통화하며 김 전 의원 공천을 직접 지시한 정황과 실제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까지 공개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 명태균 씨와의 통화에서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라고 말한 데 대해 "전화 내용인지 텔레그램 통화를 녹음한 건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저한테 서운했을 것 같아 받았다"며 "그래도 고생했다는 얘기 한마디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명 씨와 관련해 부적절한 일도 감출 일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도 전면으로 부인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친분이 있어 몇 번 연락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어 "(연락을 주고받는 게) 몇 차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여론조사 논란에…윤 "지지율 높아 조작 이유 없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도 윤 대통령의 리스크 중 하나입니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 씨가 2022년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보다 높게 나오도록 조작했다는 건데요. 명 씨가 실제로 여론조사 전화조차 걸지 않고, 가짜 응답완료 샘플을 만드는 방식으로 여론 조사를 했다는 의혹입니다.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공천개입,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추가된 상황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사 대상과 범위가 넓어져 왔는데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의혹은 민주당이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직후인 5월 31일 발의했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8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14일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되레 역풍을 일으킨 만큼 여당 내 이탈표 발생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된다"면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 "기본적으로 특검을 할지 말지를 국회가 결정하고, 국회가 사실상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그 특검을 임명한다는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016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 소속이었습니다.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스스로 특검을 부정한 셈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대표 발의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 특검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했는데, 혼자 위헌이라고 틀린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했다고 탓하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한동인·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