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연합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6일 오전 일찍부터 하루 종일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을 심층보도했습니다.
미국 전체 50개 주 전체 개표 결과를 카토그램 등으로 표현하면서 관련 뉴스를 내보냈는데요. 특히 펜실베이니아주 등 이른바 경합 7개주 개표 상황은 실시간 속보를 쏘기도 했습니다.
대문짝만한 사진을 띄운 톱기사 뿐 아니라 그 아래 서브기사들도 대부분 미국 대선 관련 기사들로 깔았습니다.
<연합뉴스>뿐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언론사가 비슷했고, 방송사들은 패널진을 구성해 특보를 내보냈습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 체류자들까지 참여해 갑론을박이었습니다.
'한국 대선급'이라고 표현하면 지나칠까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뉴스거리, 관심거리가 풍성했던 건 분명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역대 미국 정치인 중 첫손에 꼽을 매버릭의 재등장과 총격 암살 시도, 총을 맞고도 "싸우자(Fight)"고 외치는 역대급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뒤 사퇴하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고, 그 대단했던 힐러리 클린턴도 실패했던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것도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이 말입니다.
대선은 아니지만 120년 미국 이민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첫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언론 환경 변화도 큽니다.
레거시 미디어가 약해지는 대신 각종 뉴미디어가 등장하고 특히 유튜브 방송이 만개하면서 뉴스 경쟁이 더 심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미국 대통령에 영향받지 않는 나라가 없다 해도…
유엔 사무총장을 세계 대통령이라고 하는 흰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한참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그에 가장 근접한 자리일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유럽의 3배 수준이고 그 결과 주요 7개국(G7) 중 미국 경제 비중은 1990년 40%에서 2024년 50%로 높아졌습니다.
2021년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5%까지 치고 올라왔던 중국 GDP는 최근에는 65%로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모든 수입품에 기본 관세 10~20%를 물리고, 중국산에는 최고 6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여전한 세계 최강국 미국의 수장이 되느냐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는 현재 지구상에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유일한 동맹국이라 해도 남의 나라 선거입니다.
이렇게까지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전 세계가 눈 부릅뜨고 지켜봤으나 유독 우리가 더합니다.
왜 이럴까요? 결정적으로 분단 때문입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세계의 안보정세가 긴박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하고 건설공병과 의무부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명분이나 논리보다는, 북핵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감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단히 전략적이고도 현실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2023년 3월 26일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 치사)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0월3일 제임스 켈리 특사 등 미국 협상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작된 '제2차 북핵 위기' 국면에서 취임합니다.
미국의 북한 폭격까지 거론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사단 규모의 전투병 파병 지원을 요구해 왔습니다.
협상 끝에 '3000명 규모 비전투병'으로 낮춰 파병하게 됩니다.
노무현 이라크 파병 결정, "국민 생존 위협하는 결정할 수 없어"
그 개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이 명분 없는 잘못된 전쟁이라는 생각이 확고했으나 남북관계, 당시 북한 핵 문제 때문에 결국 파병을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당시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대등한 한·미 관계를 위하여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무모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퇴임 뒤 회고록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봐도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당시는 금강산 관광도 막히지 않았고 개성공단도 가동되는 등 북한과 소통이 되는 시기였습니다.
북한 배후의 중국과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요. 게다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라는 제도적 틀이 삐거덕거리면서도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남·북한이 모든 사안에서 갈등하고 싸우지만 딱 한 가지는 일치합니다.
서로를 향해 확실한 적이라고 합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그냥 '두 국가'가 아니라 '가장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입니다.
러시아와는 사실상 적대국이 됐고, 한·중 관계는 정상회담 한 번 하는데 목을 매는 지경이 돼 버렸습니다.
'남북관계 자율성' 없으면 …한반도 정세, 북·미 관계에 종속
어쩔 수 없이 '남북관계 독자적 자율성'이 핵심입니다.
남북관계가 이 지경이면 한반도 정세는 북·미 관계에, 미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이 대단히 어렵겠지만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다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삼정부때 북·미 대화에서는 배제된 채 신포 경수로 비용의 70%를 부담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 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특히 더 취약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트럼프가 취임해서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곧바로 한반도에도 좋은 일일까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코끼리들이 싸워도 잔디밭이 망가지지만, 코끼리들이 사랑을 나눠도 잔디밭은 망가집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