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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뉴스토마토프라임] 4대 그룹,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4대 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배당을 확대하며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성숙산업 특징을 보입니다.

한때 반도체, 전기차 등 신사업 투자가 활발했던 데서 전방수요가 주춤하자 부침이 나타납니다.

더욱이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보조금 폐지 이슈로 미국 내 짓기로 한 공장의 투자 불확실성도 커진 형편입니다.

대규모 M&A를 발표한다던 삼성전자가 자사주 10조 취득 방안을 내놓는 등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보이는 양상입니다.

 

 

 

18일 각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비 17.3% 오른데 비해 매출채권이 22% 증가했습니다.

매출 성장보다 외상판매금이 늘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쏟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3분기 누적 매출채권은 7조원 정도 순증했습니다.

전년에도 5조원 순증했지만 올해 더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는 열악한 영업환경을 비춥니다.

그 속에 재고자산은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재고가 진부화 될 위험은 줄었지만 보통 주문량이 커지기 전 재고자산을 늘리는 경향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과 이익이 늘어 현금유입이 늘어났음에도 투자는 주춤합니다.

3분기 누적 기준 설비투자는 36조원으로 전년 42조원보다 줄었습니다.

대신 단기금융상품 투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전년엔 이 부문에서 투자보다 회수금이 많아 43조원 현금유입이 이뤄졌는데 올해는 거꾸로 투자가 더 많아 37조원 유출됐습니다.

본업용 재투자보다 영업외 투자가 많았던 수치입니다.

그 속에 배당금 지급액도 8조원으로 전년 7조원보다 늘었습니다.

보통 이런 현금흐름은 성숙산업의 특징입니다.

통상 성장형 기업은 재투자가 활발해 배당할 여력이 부족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배당과 비슷한 자사주 10조원 취득을 발표한 것은 양면이 있습니다.

부진한 주가를 부양할 단기적 호재가 되지만 사업체질을 개선할 근원대책과는 무관합니다.

메모리의 미세공정 한계와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부문 점유율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자가 M&A로 반전을 쓸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스스로 유의미한 규모의 M&A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온 지도 벌써 수년째입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이 내놓은 실적 대책은 이와 거리가 있습니다.

파운드리 자원을 HBM(고대역폭메모리) 쪽에 좀 더 배분해 뒤처진 경쟁구도를 만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주로 연구개발(R&D)에 해당돼 시설투자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소요는 덜합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액이 93.8%나 늘어나는 동안 매출채권은 58.6% 커졌습니다.

매출채권이 대폭 늘었지만 매출성장폭을 넘지는 않습니다.

현금유입이 좋아진 SK하이닉스는 6조원에서 8조원으로 시설투자비도 늘렸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도 차입금 상환에 14조원(전년 9조원)을 쓰는 등 다소 보수적인 유동성 관리를 이어갔습니다.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하게 6196억원으로 제한한 가운데 기말현금이 9조원으로 전년보다 2조원 늘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시설투자에 대해선 보수적인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향 HBM을 제외하곤 모바일, PC 등 전방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연구개발과 후공정 위주로 투자 중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미국에 투자를 진행해왔던 텍스사주 파운드리 공장과 인디애나주 패키지공장은 트럼프 2기 보조금 변수에 직면했습니다.

 

삼성전자와 가전사업이 겹치는 LG전자는 현금흐름도 유사합니다.

매출이 10.7% 늘어나는 동안 매출채권이 19.6%나 커졌습니다.

시설투자비는 전년 2조5000억원에서 올해 1조7000억원 정도로 줄었습니다.

대출은 전년에 이어 상환보다 차입 규모가 큰 상태를 이어갔지만 3분기말 현금은 전년 8조1000억원에서 올 7조7000억원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LG전자는 전년에 이어 매출채권이 증가한 데다 재고자산도 늘어나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입니다.

가전제품도 재고 진부화가 빠른 편인데 B2C 비중이 높아 B2B 수주사업 형태를 띠는 반도체와는 성질이 다릅니다.

갑자기 주문량이 늘 것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둘 필요성은 덜합니다.

그간 LG전자는 차부품 위주로 신규 투자가 많았는데 전방 자동차 수요성장이 둔화된 형편입니다.

이런 환경이 투자감소와 영업부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마찬가지로 수요둔화를 겪는 현대차는 그동안 벌여놓은 투자 건이 많아 시설투자 확대 기조는 이어졌습니다.

올 3분기 누적 5조6000억원 정도를 썼는데 전년 동기 4조4000억원보다 많습니다.

대신 영업외 투자를 줄여 유동성을 관리했습니다.

단기금융상품 투자가 순감소로 전환했습니다.

그럼에도 배당을 늘리면서 기말 현금은 14조9900억원으로 전년 20조원3000억원보다 대폭 줄었습니다.

현대차도 매출이 4.7% 느는 동안 매출채권이 20.2% 커지는 등 영업비용이 많이 드는 형국입니다.

테슬라와 중국 로컬업체간 전기차 가격경쟁과 캐즘(수요정체) 상황이 길어진 탓으로 보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한때 대규모 M&A 건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제조사 인수설도 돌았는데 지금은 잠잠하다”며 “AI 시장이 커질수록 HBM 대응은 필요하지만 메모리보다 시장이 큰 파운드리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약해질 염려가 있다.

10조원 자사주 취득 대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선 지엽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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