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6일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삼성전자는 그간 메모리 반도체 기업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반도체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입니다.
인공지능(AI)향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부 혁신이 절실해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 안팎의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반드시 극복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꼽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은 복합적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이끄는 HBM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시장에서 실기한 데다 주력인 범용 D램 제품은 중국에 추격을 당하는 상황입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수주 부진과 낮은 가동률에 적자를 기록,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쟁력 회복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업황 개선, HBM 부문의 개선, '어드밴스드'(고도) 공정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회복 및 파운드리 부분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1974년 12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반도체 웨이퍼 가공 생산업체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1983년 2월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대내외에 공식 발표했고,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으며 반도체 사업에 속도를 냈습니다.
이에 1975년 2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1986년 1000억원을 넘겼고, 17년 만인 1991년에는 1조원을 달성했습니다.
2022년에는 사상 최대 매출인 98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매출이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진출 50년 만에 매출이 50만배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으나, 그룹 내부적으로는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50주년 관련 별도 행사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삼성 위기론'의 중심에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자리한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면서 엄중한 삼성전자의 현재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역시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부진한 실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직접 냈습니다.
여기에 미중 갈등 장기화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대 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로 중국 기업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업계 긴장감이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요인들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이라며 "변화가 없다면 반전의 계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기술 경쟁력 복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강화하고,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을 교체했습니다.
전영현 부회장이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사업을 총괄하는 메모리사업부장을 직접 맡아 지휘하는 한편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을 겸직, 반도체 기술 경쟁력 복원에 집중키로 했습니다.
아울러 그룹 '전략통'인 김용관 사장에게 DS부문에 신설된 경영전략담당 지휘봉을 맡겨 투자와 전략을 지원하게 했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강화한 것은 책임을 지고 조직을 좀더 체계적이고 집중력 있게 관리해나가겠다는 의지"라며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교체한 것은 새로운 인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쇄신의 단면"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