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영화 '서울의 봄'에서 주인공 전두광은 신군부 세력과 반란 모의를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거사가 실패하면 12·12는 반역이 되고, 성공하면 혁명이 되는 기로에서 전두광은 계엄령 선포를 밀어붙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에 서울 한복판에 선포된 계엄령을 보며 윤석열 대통령과 영화 속 전두광의 모습을 오버랩시켜봅니다.
닮은 점은 전두광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을 벌였다는 점입니다.
합수본부장으로 기세등등하던 그가 강원도 전방으로 좌천될 위기에 처하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지요.
윤 대통령 역시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밀었습니다.
야당의 탄핵 시도로 인한 행정부 마비가 계엄령 선포의 배경이라는 설명이었는데요.
영화 속 인물이지만 전두광에게는 윤 대통령과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군사반란'으로 불리지만 당시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 전두광의 '소통 능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전두광은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도모했습니다.
신군부는 군 세력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모의하고 준비하며 실행하는 과정을 착실히 밟았던 겁니다.
윤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집한 국무회의에서는 참석 국무위원 다수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일 국무위원 전원 사의가 이를 다시 한번 뒷받침했지요.
윤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내란죄'로 고발되는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데는 본인이 자초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마다 국민이 원하는 발언보다 하고 싶은 말만 되풀이하며 마이웨이를 고집한 데 국민적 실망감이 커졌고,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국정 운영 동력까지 상실하자 악수를 둔 모습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혁명과 반란의 차이를 엄격하게 구분했는데요. 혁명은 '자유'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반란은 '해방'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혁명은 단지 폭정을 뒤집는다고 해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폭정의 종결 이후 자유체제를 확립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인데요.
이길 수 없는 싸움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얻고자 했던 것은 진정 자유였을까요, 해방이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