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빠빠빠 빠빠 빠빠빠빰~' 동이 틀 무렵 정적을 깨는 알림소리. 이젠 '따르르르릉~' 소리가 무색한 알람계의 으뜸이라지만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서일까, 눈은 이미 말똥말똥하다.
휴대폰 알람이 울리든 말든, 말끄러미 응시한 손가락 끝은 머리맡 태블릿 화면이다.
전날 이 기사 저 기사를 서치하며 들여다봤지만 새벽녘 절로 뜨인 눈은 나이가 '인당수'인가 여러 담론에 쏠려 있다.
기자는 하루하루 밥벌이를 위해 써야할 기사 즉, 발제 준비부터 시작한다.
'뭘 쓰지~' 늘 아젠다 세팅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는 수십년 기자밥을 먹어도 털·뼈를 아울러 용연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기자의 숙명인 걸 '어쩌누~'하며 스스로 상찬할 뿐이다.
어느새 여러 정부부처를 돌고 있는 몸뚱아리는 어느 부처에 놓인 책자 앞에서 멈춰섰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멱통으로 넘어오는 시척지근한 물이 느껴진다.
전날 반주로 과하게 마신 것도 있지만 현 정부의 후안무치를 보면 나라걱정에 염증이 올라와서다.
데드라인으로 불리는 '기사 마감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급한 마음은 일단 뒷전으로 접어두고 한장 한장 넘겨본다.
'국민께 드리는 윤석열정부 국정운영 보고, 민생·경제 퍼스트' 책자 (사진=뉴스토마토)
'국민께 드리는 윤석열정부 국정운영 보고, 민생·경제 퍼스트' 머리말에는 민생과 경제가 국정의 전부라고 해놓고 민생 내용은커녕 원전 복원에 대한 '말의 성찬'이다.
아니나 다를까. 1호 영업사원의 원전 세일즈 내용을 넘길 때마다 온통 윤 대통령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지난해 공직 사회조차 외면한 세종정부청사 한복판의 윤 대통령 '따봉' 사진전은 그렇다 쳐도 민생 표기를 앞세워 우상화 사진만 가득한 책자에 내 세금이 쓰였다 생각하니 속쓰림은 더더욱 통증으로 밀려올 수밖에.
민생과 맞지도 않은 시대착오적 책자를 제작한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군사독재, 신군부 집권 시절을 닮은 신 대한늬우스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20%선이 무너졌건만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생각의 무능'이 떠오를 뿐이다.
민생이 어려운데 개 한 마리 60만원 지원은 되고 국민 25만원 지원은 안 되는 국민세금.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대국민담화문은 또 어떤가. 국민 살갗은 벗겨지고 있는데 경제낙관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유체이탈식 화법인가. 8월 3분기 0.5% 성장은 두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능력의 참상으로 지적된다.
한 나라의 경제는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생명수와 같다.
그러나 생명수에 투입할 공적 자원은 낡은 정책 툴로만 좌지우지하고 있다.
내수 취약성은 여실히 드러났고 생산성과 성장 둔화, 혁신은 실종됐다.
그 울타리 속에는 혁신력이 빈곤한 절대주의자들이 위계질서의 뿌리 깊은 문화를 부여잡고 있다.
경쟁 극대화와 돈이 곧 학벌이라는 사교육비 압박은 시대 부적응자를 양상하는 야만 사회로 변질시켰다.
부채로 쌓아올린 건설구조와 금융 카르텔 공화국은 가계부채, 주거비, 자산격차의 양극화 사회로 밀어 넣고 있는 게 현 경제구조의 참황이다.
앞으로 민간소비 성장세가 '1%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소득은 줄고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대국민담화문을 보고 있으니 임기 반환점을 돌아 또 다시 내홍을 겪을 것만 같아 심히 오싹해진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생중계 방송을 보고 있는 울산 남구 한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손가락을 가르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