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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김건희 특검법 '3번째 거부권'…임기 후반기도 '마이웨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3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뒤 첫 거부권을 김건희 여사의 특검 수사를 방어하는데 행사한 것인데요. 임기 후반기에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기조를 고수할 것임을 예고한 셈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상정·의결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재가했습니다.

지난 14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2일 만입니다.

 

농업 4법·예산안·이재명…연말정국 '격랑'

 

그동안 대통령실은 위헌성과 중복 수사 문제를 이유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요.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해당 특검법안은 헌법상 권력분립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반,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 등 위헌성이 명백하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습니다.

 

이번 김건희 특검법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더해 명태균 씨 관련 의혹도 수사 대상 범위에 포함했는데요.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 대상을 기존 14개에서 2개로 대폭 줄인 결과입니다.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법안에 담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취임 후 25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모두 합한 수치(16회)를 훌쩍 넘었는데요. 특히 김건희 특검법에 한해서만 3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300명 중 200명(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108석 중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합니다.

다만 현재로선 국민의힘 내부의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야 5당 의원 단체인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야권 일부에선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연말 정국은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윤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뒤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됐던 양곡관리법과 함께 농안법(농수산물 유통·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안),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 이른바 '농업 4법'도 연말 거부권 대상 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는 총 29건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에 약 677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에 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 결과가 무죄로 나오면서 여야의 대치 상황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시 '김건희 리스크'…'개각·국정과제' 좌초 위기

 

이 경우 당장 윤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개각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한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권영세 의원, 이정현 전 의원, 조태용 국정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중 누구를 후보로 내세워도 야당의 벽에 막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윤 대통령이 강조한 양극화 해소와 4대 개혁안 등 국정 과제들도 다시 좌초되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를 막으려다 최근 반등한 지지율마저 다시 꺾일 가능성이 있는데요.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대외활동 자제를 약속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다.

 

실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이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조사원 인터뷰)에 따르면, 지난 1월5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첫 거부권 행사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1월2주차 조사에서 33%를 기록한 이후 32%(1월3주차), 31%(1월4주차)로 1%포인트씩 지지율이 하락했습니다.

급기야 2월1주차 조사 땐 지지율이 29%로, 30%선마저 붕괴됐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두 번째 거부권이 행사됐던 때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내려갔는데요. 지난달 2일 거부권 행사 이후 10월3주차 조사에서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 하락한 22%를 기록했고, 이후 20%(10월4주차)로 줄었습니다.

10월5주차 조사 땐 지지율이 19%로, 20%선마저 무너졌는데요. 결과적으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1, 2차 거부권 행사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각 20%대와 10%대로 하락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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