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비혼주의세요?"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나이가 찼는데 혼자거든요.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비혼주의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요?"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인간은 '분리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에 수치심과 죄책감마저 느낀다고요. 결국 부족한 존재인 인간이 분리 불안을 극복하는 진정한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진정한 ’합일‘라는 거죠.
때 되면 남들 하듯 하는 게 결혼인 줄 알았습니다.
돌아보면 시기마다 먹고 살기 바빴습니다.
20대는 미래에 대한 투자의 시기라고 생각해서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고 30대는 이직하느라 바빴고 방황도 했고요. 시간이 훌쩍 흘렀는데요. 고개를 들어보니 다들 갔더라고요.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있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왜 안 갔냐"는 질문에 "못 간거예요"라고 답합니다.
자발적 비혼모. 서양 정자은행에서 기증을 받아 일본 산부인과에서 2세를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 앞에 붙는 수식어입니다.
사유리는 불과 30대 후반에 난임으로 출산이 어려운 데 결혼 가능성마저 희박해 정자를 기증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자발적 위안부.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취급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가해자의 성격을 왜곡하고 인권침해가 가려지는 표현입니다.
'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통계청은 "짧게 일하는 것을 불안정하게 느끼기보다 반복적·주기적으로 할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며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는 부분들을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된다? 글쎄요. 전문직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민생은 파탄나고 경기는 시름하는 데, 고용이라도 애써 괜찮은 척 하는 정부의 망상적인 '자기 위로'가 아닐지요.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