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새해 다짐은 없습니다.
어제의 오늘이 지났고, 현재의 오늘이 끝나면, 내일의 오늘이 올 테죠. 무한한 '오늘' 속에 365일을 선물로 받을 뿐입니다.
영화 '유스'의 한 장면. (사진=그린나래미디어)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이후로요.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그에게서 '사랑고파 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나 자신이 타인보다도 낯설 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사람 구실은 하고 산다고 느꼈습니다.
여자친구의 사랑이 결핍을 채웠고, 새 가족은 존재만으로 '살아낼 힘'이 돼줬죠. 개 버릇은 남 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어린애처럼, 오만 데서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중증'이었습니다.
'악인'을 만날 때면, 인정 욕구가 더욱 샘솟았거든요.
가스라이팅 하던 사람이 세상의 전부였고, 어떻게든 그의 기준에 맞춰보려 발버둥 치던 시절이 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오랫동안 겪어서,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된 탓일까요.
그와는 절연했지만, 또 다른 '그'를 마주치곤 합니다.
말투·행동 하나하나 빼닮은 게, 신의 위대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전, 아직도 말 같지 않은 말에 귀 기울이고, 상대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당했던 건 새까맣게 잊고 말이죠.
고여서 썩어버린 어른을 보면서, 끊임없이 흐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물길을 찾고, 그곳에 뛰어들어 몸을 맡겼죠. 목적지도 모르는 채 흐르고 있는 신세지만, 어떤 합류점에 이르러 새로운 '물맛'을 느낄 때 이 방향이 '맞다'고 느낍니다.
그 맛은 달콤할 때도, 씁쓸할 때도, 신비로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고통스럽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도 마찬가지였죠. 그래도 분명한 건, 이 고통이 저를 더 넓은 곳으로 향하게 할 거란 믿음입니다.
지금의 저를 키운 건 자괴감에 몸부림치던 시간이었고,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어쩌면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러야 할 나잇값이 늘었습니다.
한심하다 못해 애처로운 바보를 그대로 놔둘 순 없죠. 또 한 번 변화에 몸을 던질 시간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newstomato.com | 유지웅 기자
어제의 오늘이 지났고, 현재의 오늘이 끝나면, 내일의 오늘이 올 테죠. 무한한 '오늘' 속에 365일을 선물로 받을 뿐입니다.
영화 '유스'의 한 장면. (사진=그린나래미디어)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이후로요.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그에게서 '사랑고파 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나 자신이 타인보다도 낯설 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사람 구실은 하고 산다고 느꼈습니다.
여자친구의 사랑이 결핍을 채웠고, 새 가족은 존재만으로 '살아낼 힘'이 돼줬죠. 개 버릇은 남 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어린애처럼, 오만 데서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중증'이었습니다.
'악인'을 만날 때면, 인정 욕구가 더욱 샘솟았거든요.
가스라이팅 하던 사람이 세상의 전부였고, 어떻게든 그의 기준에 맞춰보려 발버둥 치던 시절이 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오랫동안 겪어서,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된 탓일까요.
그와는 절연했지만, 또 다른 '그'를 마주치곤 합니다.
말투·행동 하나하나 빼닮은 게, 신의 위대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전, 아직도 말 같지 않은 말에 귀 기울이고, 상대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당했던 건 새까맣게 잊고 말이죠.
고여서 썩어버린 어른을 보면서, 끊임없이 흐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물길을 찾고, 그곳에 뛰어들어 몸을 맡겼죠. 목적지도 모르는 채 흐르고 있는 신세지만, 어떤 합류점에 이르러 새로운 '물맛'을 느낄 때 이 방향이 '맞다'고 느낍니다.
그 맛은 달콤할 때도, 씁쓸할 때도, 신비로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고통스럽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도 마찬가지였죠. 그래도 분명한 건, 이 고통이 저를 더 넓은 곳으로 향하게 할 거란 믿음입니다.
지금의 저를 키운 건 자괴감에 몸부림치던 시간이었고,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어쩌면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러야 할 나잇값이 늘었습니다.
한심하다 못해 애처로운 바보를 그대로 놔둘 순 없죠. 또 한 번 변화에 몸을 던질 시간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