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은행권이 견조한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 구조 불균형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90%를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실정인데요. 미국 등 해외 선진국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은행 자체 노력뿐 아니라 제도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비이자이익 비중 10% 안팎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조6886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맞물려 대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자이익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1년 전보다 늘어난 덕분입니다.
비이자이익의 성장도 실적을 뒷받침했습니다.
자산관리(WM) 사업 및 각종 수수료 사업 등을 늘린 결과,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4조5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5% 증가했습니다.
WM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한 영향으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매매이익과 평가이익 등 유가증권 운용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비이자이익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자이익과의 차이는 턱없이 큽니다.
그간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습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전체 영업이익에서도 이자이익 의존도는 90%를 넘어섰습니다.
수수료 수익으로 대표되는 비이자이익 비중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면서 이자이익에 기반한 은행의 호시절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졌고,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했습니다.
5대 은행의 평균 NIM은 올 들어 1분기 1.69%, 2분기 1.64%, 3분기 1.58%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이자이익 의존도가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NIM 꺾이며 이자이익 정체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미국의 상업은행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총이익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합니다.
미국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약 30%에 달했습니다.
비이자이익은 WM과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신탁, 뱅킹 등을 통해 얻는 수익입니다.
통상 수수료이익이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산매매 및 평가익으로 구성됩니다.
미국 상업은행은 계좌 유지 수수료와 ATM 수수료 등 은행 고유업무와 관련된 수수료 비중이 높았습니다.
비이자이익 가운데 고유업무 관련 수수료 비중이 13% 내외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비이자이익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예금 잔액, 창구 단순 업무, ATM 관련 수수료 신설 및 인상이 늘고 있습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미국 상업은행과 같이 예금계좌 관련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면 비이자이익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은행들이 수취하는 수준(총 예수금의 0.27% 정도)으로 예금계좌서비스료를 수취한다고 가정하면, 비이자이익 비중이 약 9.3%포인트 오르는 것입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대출자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온·오프라인 송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취약 대출자의 중도상환수수료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실정입니다.
수수료 인상 또는 합리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에 금융거래 수수료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올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은행권이 고위험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라 수수료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는 당분간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은행 업계에서는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 등 수익 구조 변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이 원하는 투자일임업 등 규제를 열어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혁신을 하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은행의 건전성이나 경쟁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규제들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8년~2022년 간 5년 간 은행의 총 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을 분석한 결과 미국 상업은행은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은 10% 내외를 유지하다 2022년 이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