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 기사를 보면 대부분 출처가 녹취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인지 녹취록인지 헷갈릴 정도인데요.

 

쿠팡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녹취기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증거 수집을 위해 녹취기를 구매했다는 후기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녹음방지기와 도청탐지기도 팔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싸움인데요. '녹취 만능의 시대'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녹취는 법정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쓰이는 수단입니다.

예전에 지적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한 부모가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흔적이 눈에 띄자 녹취기를 가방에 넣어 학교에 보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대화는 녹취로 인정되지 않게 마련이지만 1심 법원은 녹취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녹취의 중요성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기자는 녹취가 일상인 직업군입니다.

취재원과의 대화를 복기해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서인데요.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는 만큼 가급적 꼭 필요한 순간에만 하려고 합니다.

물론 취재원들도 대부분 녹취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전화로 얘기해주는 취재원을 만나기가 힘듭니다.

질문이 시작되면 웃다가도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니까요. 

 

'녹취 경계령'에 있어 미국 대통령은 누구보다 철저합니다.

지난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닉슨 대통령의 측근은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 도청 장치를 달려고 시도했는데요.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수십년 동안 미국 대통령은 통화 내용을 녹음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보통 2~3명이 한 팀을 이뤄 작성한다고 하는데요. 음성인식 프로그램이 기록한 후 다시 문서 형태로 작성한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음성 녹취가 연일 뉴스를 도배하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취재원들도 녹취를 주의하는 데 대통령이 저렇게 민감한 말들을 서슴지 않고 하다니 놀라울 따름인데요. 조심성이 없는 건지, 평생 갑으로만 살아서 그런 건지. '막가파'로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