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나란히 '어닝쇼크'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반도체 한파에 낮춰잡은 기대치에도 못 미치는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LG전자 역시 계절적 비수기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한동한 지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반도체 물량 공세가 계속되는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점 등은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해주는 요인입니다.
삼성전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75조원,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130.5% 증가한 규모인데요.
하지만 매출 78조원, 영업이익 8조5000억원을 점친 증권가 예상치에는 턱없이 부족한 결과입니다.
지난해 8월만해도 1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했던 증권가는 반년만에 보수적으로 접근해 이익 규모를 대폭 낮췄지만, 이 역시도 못 미쳤습니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실적 버팀목인 반도체 사업 침체에 기인합니다.
회사 측은 이날 실적 공시 후 "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메모리 사업에서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연구개발비 증가와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로 이익 규모가 줄었다고 했습니다.
비메모리 사업의 경우, 모바일 등 주요 응용쳐 수요가 부진했던 가운데, 가동률 하락과 연구개발비 증가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와 고부가가치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양산 지연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2조7800억원, 영업이익 14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0.2% 증가하는 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53.3% 급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LG전자의 이익 규모는 시장의 눈높이(4171억원)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부품 계열사 LG이노텍의 실적을 제외한다면 적자로 추정됩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예상치 못한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이나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재고 건전화 차원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다소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연간 매출은 선방하며 체면 치레를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300조800억원으로 전년대비 15.9% 증가했습니다.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에는 못 미쳤지만 2년 만에 300조원 고지를 다시 밟았습니다.
LG전자는 87조800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80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지난 4년간 LG전자 매출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10%를 상회합니다.
전자·IT 업계에선 2분기는 지나야 양사의 실적이 회복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부진한 IT 전방 수요와 대중국 반도체 규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부정적인 외부 요인들이 상존해 낙관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