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은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오점으로 우리 현대사에 치부로 각인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적 사고였다'는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윤석열 씨가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자마자 검찰권을 동원해 정적들을 사냥하고 그 기세로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보인 해괴한 언행과 의혹투성이인 최측근들을 보며 예상은 했었습니다.
법치를 앞세워 자신을 비판하거나 눈엣가시인 존재들을 탄압하기 위해 검찰권을 막무가내로 행사하고 국가 권력 사유화하면서 자신과 가족, 측근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요.
다만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민주공화국 체제하에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벗어난 엄청난 일들이었기에 당황을 넘어 비현실로 느껴져 혼란스러운데요. 내란 주동자들이 음모론으로 치부했던 비상계엄을 진짜로 실행하고, 충동적이고 허술한 줄만 알았던 내란 행위는 꽤 오랫동안 치밀한 사전 공모와 계획하에 실행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2.3 내란 사태로 인한 충격과 경악의 최고점은 지난 12일 윤석열 씨가 29분 동안 발언한 대국민담화였습니다.
사과나 반성은커녕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담화문 그대로 국회와 야당을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야당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근거로 자신의 내란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가 하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했죠. 윤석열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국민을 상대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망언이라고 할 일고의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인 윤석열 씨의 12일 대국민담화는 가짜뉴스, 여론선동으로 범벅된 헛소리 그 이상도 아닙니다.
일국의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라고 하기엔 그 내용과 수준이 너무나 처참했죠. 오죽했으면 정신의학자, 심리학자들까지 나서 이날 윤석열 씨의 담화를 놓고 소통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망상이 심각하고 편집증, 의심, 자기애, 인지부조화 병리까지 의심된다는 진단을 내놓았을까요.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의 대국민담화를 다시 듣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혼란스런 정국속에 국민들의 염원이 휩쓸려가지 않길 바라지만 상황은 갈수록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12.3 내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국민들의 분노에도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국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치부하고 내란 행위를 정당화하기 바쁜 내란 수괴 윤석열 씨에 대한 인신구속은커녕 치적 세우기에 급급한 수사기관들의 힘겨루기를 매일 같이 속보로 접하고 있자니 정말 답답함과 짜증이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특히 내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수사를 주도하며 혼선을 주고 있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윤석열 씨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에 대한 수사만 공수처에 이첩하고, 나머지 피의자들은 여전히 검찰이 수사한다는 방침인데요. 중복수사 우려는 물론 핵심 증인이 될 수 있는 주요 피의자들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 기소해 증거를 오염시키고 내란 범죄 자체를 축소시킬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을 두고도 국민의힘과 마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내건 국민의힘이 탄핵 저지를 위해 국회가 추천하는 신임 재판관 임명에 훼방을 놓고 있는 건데요. 국민의힘은 시간 끌기 작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어떤지, 탄핵 저지 행위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랍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