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틀 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경기도 안산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가 때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갖가지 이유로 정치권 이슈와 엮이며 불매 운동 목록에 오른 기업도 많은데요. 계엄과 탄핵 사태로 격화한 정치권 갈등이 도를 넘으면서 애꿎은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19일 카카오맵을 보면, 계엄 모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는 롯데리아 매장 리뷰에는 계엄 사태와 관련된 글로 도배돼 있습니다.
"성지순례 왔다", "내란 맛집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글부터 내란 모의 장소라며 별점 1개를 주는 '별점 테러'도 보입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매장을 '계엄 성지'라고 칭하는가 하면, '탄핵 세트'를 출시해 달라는 요청도 있습니다.
계란 네 개가 들어간 '네란 버거' 사진도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는 등 조롱과 풍자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롯데GRS 관계자는 "의도치 않게 정치적 이슈랑 연결돼 당혹스럽다"면서 "해당 매장은 직영점이 아니라 일반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가공업체 푸르밀은 불매 운동 대상 기업이 됐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범롯데가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사위로 알려지면서 불똥이 튄 것입니다.
앞서 윤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욕을 많이 먹었지만 1년 후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고 언급한 내용이 공분을 산 이유도 있습니다.
탄핵 소추안 재표결이 통과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뉴시스)
엑스(X),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푸르밀 불매 운동과 관련된 이미지와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계엄·탄핵 이슈와 연결고리가 있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정리한 이른바 '불매 리스트'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굽네치킨의 경우 창업주 홍경호 회장의 친형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자 전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이유로 불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애경산업은 화학물질 규제를 윤석열정부가 완화하면서, 화장품 브랜드 정샘물뷰티는 창립자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이 윤석열 씨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고 전해진 점이 발단이 됐습니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탄핵 집회에 나선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선결제한 연예인이 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불매 글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치 문제에 휘말린 기업들은 곤란한 상황에 놓였는데요. 이에 대해 경기 침체로 모두 어려운 시기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정치적 혼란기에 경제·산업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이 같은 불황의 시기에는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사회 전반의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불매 운동보다는 경제의 불씨가 더 꺼지지 않고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국민 각자가 서로 돕는 심정으로 소비 생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