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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뉴스토마토프라임] 선과 악이 도대체 뭐길래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2024년 11월 15일 서울 서초동. 아침부터 서울중앙지법 앞은 소란스럽습니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울리는 노랫소리와 고성. 양 편이 나눠 뒤섞인 고함에 법원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오후 3시쯤.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한 편에서는 탄식과 절규가 넘쳤고, 다른 한 편에서는 만세소리가 진동했습니다.

이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있었던 날입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한 편에서는 ‘선’, 다른 한 편에서는 ’악‘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시선과 입장에 따라 ’선과 악‘을 동시에 짊어진 존재가 된 겁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을 앞둔 11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진보와 보수 양측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대적인 '선과 악'

 

어차피 판결이라는 건 욕을 먹기 마련입니다.

둘로 갈라져 싸우는 게 재판입니다.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게 재판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에 익숙합니다.

판결이 내게 유리하면 '선', 상대편에게 유리하면 '악'입니다.

 

선(善)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입니다.

악(惡)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쁨. 또는 그런 것'입니다.

 

새삼스럽게 의미만 놓고 보니, 선과 악을 관통하는 단어가 있네요. '도덕적 기준'입니다.

 

 

아, 그럼 도덕은 또 뭐냐.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춰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의문이 듭니다.

그럼,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은 뭔데. 복잡해 집니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 자라온 배경, 인종, 국가 등에 따라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은 다를 겁니다.

 

이쯤되면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모호해 집니다.

변하지 않는 '절대선'과 '절대악'이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해 집니다.

더 알고 싶으면 인류가 태초 이후 영원히 고민한 '철학의 세계'로 빠져 들어야 합니다.

그러기엔 너무 어지럽습니다.

  

일반 법정의 모습 (사진=뉴시스)

빈틈 파고든 선동

 

사실 그렇습니다.

기자직업을 가진 지 25년째지만 선과 악을 나누는 명확한 경계선은 없었습니다.

한쪽 말만 듣고 나서 상대방이 '진짜 나쁜', 세상의 악인이라 여겨졌는데, 반대편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헷갈린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양측 모두의 말을 듣고 나면 속칭 '야마', 기사 주제가 서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흐트러져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선과 악은 이미 하나가 되고, 판단력은 갈 길을 잃기 마련입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선명하지 않으면 파고 들 여지가 많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이런 불명확성을 무기로 대중을 선동하는 데 익숙합니다.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에 날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정치판결’ ‘사법살인’ 등 막말이 넘쳐납니다.

여당은 반대로 신이 났습니다.

‘용기있는 판단’ ‘사법부는 살아있다’ 등 찬사 일색입니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법원이 굴복했다’고 비난을 쏟아낸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선악을 재단하는 게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사법부의 권위를 망가뜨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하는 건 자유겠지만, 재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재판은 ‘선과 악’을 가늠짓는 최후의 보루니까요.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newstomato.com | 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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