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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뜨거운 감자된 '상법개정안'…4대 그룹, 하반기 복합 위기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재계가 소액 주주의 권리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추진에 반발하면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위기 상황인데,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입장입니다.

재계 반발이 커지자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삼은 더불어민주당은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보완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하반기 복합위기에 직면한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을 놓고 재계가 반발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재계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4대 그룹.(사진=연합뉴스)

 

상법 개정안은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한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습니다.

 

 

여기에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를 강조하면서 이사의 의무를 강화한 게 특징입니다.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와 관련해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규정도 명시했습니다.

이 경우 최대지분을 갖지 못한 주주들도 이사선임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울러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의무화해 소액 주주들의 의사결정 참여를 더 원활하게 했습니다.

 

이재명 "상법 개정, 공개 토론하자"

 

재계의 반발에 민주당은 보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론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 반발이 거세지자 "찬반 양측의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제 한국경제인협회와 대기업 사장단이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상법 개정에 문제가 있고 기업 경영에 애로가 예상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라며 "한편으로는 소액 투자자들이 신속한 상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소액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방법에 이론이 있을 뿐"이라며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기업계와 투자자 측은 신속하게 공개토론에 응해달라"고 했습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재계의 반발에 대해 "이제 소액주주라 하더라도 일반 주주들이 자기 권리를 행사하도록 보장할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또 "대법원은 이미 회사 경영진이 경영상의 판단을 충실하게 내렸을 경우에는 면책을 하도록 판결하고 있다"며 "이같은 경우에는 배임죄로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해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의 우려 지점에 대해 보완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날 소액투자자들과 연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에 대해 많은 투자자와 국민의 요구가 있다"며 "대화는 하고 귀는 열어두겠다.

그러나 (상법 개정의) 의지를 꺾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기업 사장단이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차동석 LG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박우동 풍산 부회장,이형희 SK 위원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박승희 삼성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동우 롯데 부회장, 허민회 CJ 사장 뒷줄 왼쪽부터 류근찬 HD현대 전무, 홍순기 GS 사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이민석 영원무역 사장, 김규영 효성 부회장, 문홍성 두산 사장, 엄태웅 삼양 사장, 김동찬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사진=한경협)

 

재계 "상법 개정 멈춰달라"

 

민주당은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경영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박승희 삼성 사장, 이형희 SK 위원장 등 16개 그룹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통해  "상법 개정 등 규제의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경협 회원사의 사장단이 공동 성명을 낸 것은 9년 만입니다.

 

사장단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한다"며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해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관련 법안 논의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할 경우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고,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등으로 경영권을 위협받게 된다"며 "재계에서 느끼는 부담은 상상이상으로, 정치권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쟁력을 퇴보시키는 건 더 큰 문제"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newstomato.com |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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