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17일 담화를 발표하여 지난 16일 북한 국경부근과 종심지역에 각종 정치선동 삐라와 물건들이 떨어졌다며 이를 강력 규탄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전단에 반발하며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 전단 살포가 또 예고돼, 대북 전단이 계속해서 남북 간 긴장 격화의 주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 부부장은 지난 1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전날 국경 부근과 종심 지역에까지 "한국 쓰레기들이 들이민 각종 정치선동 삐라와 물건 짝들이 떨어졌다"면서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물을 살포하는 도발을 감행한 한국 놈들의 치사스럽고 저열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여정 "인내심에 한계, 쓰레기들 대가 치를 것"
"신성한 우리의 영토가 오염되고 있으며 수많은 노력이 이 오물들을 처치하는데 동원되지 않으면 안 되게 하였다"고 한 그는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우리 인민의 분노는 하늘 끝에 닿았다.
쓰레기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관련, 종이 전단과 과자류, 약품, 어린이 영양제 등이 담긴 풍선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나무, 전선에 걸린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담화 다음 날인 18일 북한은 오물·쓰레기 풍선 40여 개를 남쪽으로 띄웠습니다.
경기 북부에서만 오물·쓰레기 풍선 관련 20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이후 약 3주 만으로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기 시작한 지난 5월 말 이후 31회째입니다.
특히 지난달 24일에는 북한 풍선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서 터지면서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진행 중이던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환영식 행사장에 전단과 쓰레기가 떨어지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합참은 이에 맞서 18일 공보부실장 명의로 "북한의 행위는 선을 넘고 있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군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고 성명이 엄포를 넘는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 전단 해상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애초 이 단체는 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시에서 납북 피해자 사진과 대북 전단 등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띄우려 했으나,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접경지역 주민들이 극력 반대해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이 새로 제작한 대북전단 (사진=연합뉴스)
납북자가족모임 "강원도 고성 거진항에서 대북전단 해상살포"
이어 이들은 지난 14일 해상 살포를 예고하면서, 바다에서 전단 5만장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은 납북자 가족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그 의미가 깊다"며 "2008년 10월에도 거진항에서 대북전단을 보낸 일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성룡 대표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19일 오후 속초해양경찰서와 강원 고성군 등을 방문, 살포 계획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해상 살포는 집회 신고가 아니라 해경에 출항 신고를 해야 합니다.
최성룡 대표 등은 속초해양경찰서에서 취재진에게 새로 제작한 대북전단을 보여주면서, 이날 오후 살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경과 강원도, 고성군 그리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됩니다.
이 단체 관계자들의 출항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없으나 어선을 어업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사전 검사를 받아야 하며, 육상과 동일하게 항공안전법도 적용받게 됩니다.
현재 강원도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지사, 고성군수는 민주당 소속 함명준 군수입니다.
강원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2일 춘천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북전단을 또 방치해 남북긴장을 다시 증폭하는 정권은 정말 미쳤다"며 "국방위원들과 함께 국방부 장관 탄핵 사유 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말한 겁니다.
북한 GPS 교란, 접경지역으로 확대…뾰족한 대응책 없어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접경지역 전반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지난 8일부터 10일 연속으로 접경지역 전반에서 GPS 전파를 교란했습니다.
초기에는 연평도 등 서북도서 지역에 국한됐으나 최근에는 경기와 강원 북부로까지 확대된 양상입니다.
정부는 북한군이 무인기 출현에 대비해 GPS 전파 교란 훈련을 실시 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1일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GPS 교란은 군 장비나 작전에는 영향을 주고 있지 않으나, 이미 민간 여객선과 어선, 민항기 운항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천963건의 GPS 전파교란 및 장애 피해가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8월부터 따지면 총 피해사례는 7270건에 달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저비용 고효율 무기'를 선택한 셈입니다.
하지만 오물 풍선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대응책은 없는 상황에서 '경고 성명'만 내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