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히라야마는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입니다.
그의 일상은 매일 똑같이 반복됩니다.
동이 틀 무렵, 동네 할머니가 골목을 청소하는 빗자루 소리에 일어납니다.
갖가지 화분으로 정돈돼 있는 식물에 물을 줍니다.
양치를 하고 작업복을 입은 뒤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을 챙깁니다.
집을 나설 때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옆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신 후 차에 타 좋아하는 1960~80년대 팝송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출근합니다.
화장실에 도착하면 물 흐르듯 익숙하게 청소를 합니다.
사람이 오면 조용히 밖으로 나와 기다립니다.
벽에 기대 서서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미소를 짓습니다.
사람이 가면 다시 청소를 시작합니다.
쉬는 시간에는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우유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코모레비(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의 순간)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목욕탕에 들리고, 단골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잠들기 전에는 등을 켜고 책을 읽습니다.
꿈속에서는 하루의 잔상이 흑백 필름처럼 지나갑니다.
쉬는 날에는 빨래방에 들러 작업복을 세탁합니다.
이후 사진관에 들러 지난주에 맡긴 사진을 찾고 새 필름을 삽니다.
사진은 모두 코모레비를 담고 있습니다.
집에 들어와 마음에 드는 사진만 골라 박스에 넣어 보관합니다.
이후에는 단골 술집에 들러 다른 사람들의 주정을 들어줍니다.
자기 전에는 100엔짜리 고전을 읽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얼핏 보면 심플한 하루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 속 화려한 삶에 중독돼 있는 현대인에게 이런 삶은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측은함을 느끼며 동정을 보낼지 모릅니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반복적인 일상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청소 도구를 만들고, 불평 없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끈기와 인내의 소유자이며,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함까지 지녔죠. 고목의 밑동에서 발견한 새싹에 한껏 기뻐하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와 빙고를 즐기고, 공원에서 마주친 사람과의 우연한 인사를 합니다.
히라야마는 하루하루에서 새로움을 찾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며, 온전히 느낍니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삶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중 연결된 세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라는 대사를 반영하듯, 히라야마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그는 연이은 변화를 마주하며 타인과 자신의 세상을 잇습니다.
무던한 루틴으로 살아가던 그에게도 불안이 찾아온 겁니다.
교대 근무를 하던 후배가 갑작스레 일을 관둘 때는 하루 종일 후배의 몫까지 해내느라 고생하고, 구청 담당자에게 새 작업자를 보내 달라고 화를 냅니다.
어떤 날엔 가출한 조카 니코가 대뜸 집으로 찾아와 며칠을 같이 보냅니다.
니코를 데리러 온 여동생을 마주한 히라야마는 관객들이 알 수 없을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해 펑펑 울고 맙니다.
사모하던 술집 여주인의 전남편을 마주치는 일도 생깁니다.
캔맥주를 나눠마시던 그들은 그림자를 겹치면 더 어두워지냐는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그림자를 겹쳐봅니다.
하지만 그림자는 더 짙어지지 않습니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의 주제는 히라야마와 니코의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나중은 나중, 지금은 지금"이라는 대사에서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그의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엔딩 OST인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중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I'm feeling good'이라는 가사 또한 하루하루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특별하지 않은 삶에도 희노애락은 있습니다.
엔딩씬에서 'Feeling Good'을 들으며 출근하는 히라야마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죠. 좋아하는 음악에 미소 짓다 눈시울을 붉히며 울 듯한 얼굴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낸다 해도 예기치 못한 일들로 두려움과 불안, 슬픔과 절망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인생입니다.
지금 특별히 행복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우리에게 주어진 매 순간을 아낌없이 만끽하는 건 어떨까요. 과거의 상처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지 말고요.
우리의 삶은 알고 보면 크고 작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는 게 삶의 또 다른 매력일 겁니다.
일상의 권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당신에게 삶을 대해야 할 태도를 전해주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추천합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newstomato.com | 차종관 기자
그의 일상은 매일 똑같이 반복됩니다.
동이 틀 무렵, 동네 할머니가 골목을 청소하는 빗자루 소리에 일어납니다.
갖가지 화분으로 정돈돼 있는 식물에 물을 줍니다.
양치를 하고 작업복을 입은 뒤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을 챙깁니다.
집을 나설 때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옆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신 후 차에 타 좋아하는 1960~80년대 팝송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출근합니다.
화장실에 도착하면 물 흐르듯 익숙하게 청소를 합니다.
사람이 오면 조용히 밖으로 나와 기다립니다.
벽에 기대 서서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미소를 짓습니다.
사람이 가면 다시 청소를 시작합니다.
쉬는 시간에는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우유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코모레비(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의 순간)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목욕탕에 들리고, 단골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잠들기 전에는 등을 켜고 책을 읽습니다.
꿈속에서는 하루의 잔상이 흑백 필름처럼 지나갑니다.
쉬는 날에는 빨래방에 들러 작업복을 세탁합니다.
이후 사진관에 들러 지난주에 맡긴 사진을 찾고 새 필름을 삽니다.
사진은 모두 코모레비를 담고 있습니다.
집에 들어와 마음에 드는 사진만 골라 박스에 넣어 보관합니다.
이후에는 단골 술집에 들러 다른 사람들의 주정을 들어줍니다.
자기 전에는 100엔짜리 고전을 읽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얼핏 보면 심플한 하루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 속 화려한 삶에 중독돼 있는 현대인에게 이런 삶은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측은함을 느끼며 동정을 보낼지 모릅니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반복적인 일상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청소 도구를 만들고, 불평 없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끈기와 인내의 소유자이며,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함까지 지녔죠. 고목의 밑동에서 발견한 새싹에 한껏 기뻐하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와 빙고를 즐기고, 공원에서 마주친 사람과의 우연한 인사를 합니다.
히라야마는 하루하루에서 새로움을 찾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며, 온전히 느낍니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삶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중 연결된 세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라는 대사를 반영하듯, 히라야마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그는 연이은 변화를 마주하며 타인과 자신의 세상을 잇습니다.
무던한 루틴으로 살아가던 그에게도 불안이 찾아온 겁니다.
교대 근무를 하던 후배가 갑작스레 일을 관둘 때는 하루 종일 후배의 몫까지 해내느라 고생하고, 구청 담당자에게 새 작업자를 보내 달라고 화를 냅니다.
어떤 날엔 가출한 조카 니코가 대뜸 집으로 찾아와 며칠을 같이 보냅니다.
니코를 데리러 온 여동생을 마주한 히라야마는 관객들이 알 수 없을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해 펑펑 울고 맙니다.
사모하던 술집 여주인의 전남편을 마주치는 일도 생깁니다.
캔맥주를 나눠마시던 그들은 그림자를 겹치면 더 어두워지냐는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그림자를 겹쳐봅니다.
하지만 그림자는 더 짙어지지 않습니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의 주제는 히라야마와 니코의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나중은 나중, 지금은 지금"이라는 대사에서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그의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엔딩 OST인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중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I'm feeling good'이라는 가사 또한 하루하루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특별하지 않은 삶에도 희노애락은 있습니다.
엔딩씬에서 'Feeling Good'을 들으며 출근하는 히라야마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죠. 좋아하는 음악에 미소 짓다 눈시울을 붉히며 울 듯한 얼굴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낸다 해도 예기치 못한 일들로 두려움과 불안, 슬픔과 절망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인생입니다.
지금 특별히 행복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우리에게 주어진 매 순간을 아낌없이 만끽하는 건 어떨까요. 과거의 상처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지 말고요.
우리의 삶은 알고 보면 크고 작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는 게 삶의 또 다른 매력일 겁니다.
일상의 권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당신에게 삶을 대해야 할 태도를 전해주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추천합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