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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나무로 태어나고 싶은 여자들


어떤 검색어를 입력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검색결과를 타고 가다 '남편바람소각장'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만났습니다.

무료한 명절에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열심히 게시글을 읽었습니다.

 

(이미지=뤼튼)

 

어려서부터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보고자란 저는 불륜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러 자극적인 콘텐츠로 인해 도파민에 절여져 있기에 허구가 아닌 실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불륜을 저지르는 일 자체는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카페에 진입해 글을 읽어보니 그곳은 자녀가 있는 유부녀들의 성토장이었습니다.

불륜 피해자들의 감정쓰레기통 역할을 했다가, 불륜행각을 잡기위한 탐정소가 되었다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SOS 창구가 되기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불륜 피해자들은 남편을 '유책이'라고 불렀다.

유책 배우자라는 뜻입니다.

상간녀는 '상간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은 불륜 행위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에 녹음기를 넣어두고 구글 지도 공유서비스인 타임라인으로 남편의 위치를 보고받기도 합니다.

최근 사용 앱, 설치했던 지운 앱을 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당근마켓 채팅까지 살펴보며 유책이의 진귀한 불륜 방법을 알아내고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을 욕하며 분노를 터뜨리던 그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갔습니다.

가장 비참한 것은, 열심히 증거를 모으던 여성들이 결국 마지막으로 하는 행동은 다이어트와 헌 속옷 버리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유책이와 상간녀를 상스럽게 욕하던 그녀들은 죄를 물어도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그들의 태도에 상처를 받았고, 시간이 지나도 끊어지지 않는 유책이와 상간녀의 관계에 또 한 번 다쳤습니다.

그러다 결국 화살을 본인에게로 향해 돌리며, 관리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고 맙니다.

 

단호하게 이혼을 맞이하는 이들은 이 카페에선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진한 자국으로 남은 상흔들이 이곳에 가득했는데요. 지친 어떤 피해자가 남긴 말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나무나 풀, 비누방울로 태어나 사라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너무나 사무치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배신을 당한 이들의 고통은 이토록 가혹합니다.

 



newstomato.com |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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