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2년간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하며 정부가 내세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ESG경영의 민간 확대를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야하는 데도 불구, 목표치만 부각시키는 것을 두고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출입은행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공공기관입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환경부가 중앙행정기관 등에 대해 매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실적을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수출입은행의 그린워싱 행태는 오는 21일 진행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입니다.
온실가스 배출, 목표는 '감축' 실제는 '증가'
수출입은행의 최근 7년간 온실가스 감축실적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실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입은행의 온실가스 감축률은 24.96%를 기록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째 온실가스 실제 배출량이 목표 배출량을 초과하며 목표 감축률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2022년 수출입은행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은 전년(32%) 대비 2%포인트(p) 높아진 목표 감축률 34%에 따라 3353톤(ton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초과한 3785톤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보통 승용차 한 대가 1년간 약 4톤 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고려할 때 승용차 약 1000대의 매연을 내뿜은 것입니다.
그 결과 감축률은 25.51%로 목표치에 9%p 미달했습니다.
2022년 목표 감축률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수출입은행은 2023년 목표 감축률을 36%로 전년보다 2%p 더 높여 잡았습니다.
목표치가 높아지며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은 3253톤으로 전년 대비 100톤 낮아졌지만, 실제 배출량은 3815톤으로 오히려 전년도보다 30톤 증가했습니다.
자연스레 감축률 역시 1%p 감소한 24.96%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최근 5년간 본점 에너지 사용량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온실가스 배출량과 더불어 에너지 사용량도 증가세입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시한 자료에 의하면 수출입은행 본점의 에너지 사용량은 2018년 66.05TJ(테라줄·1TJ=1조J)에서 2022년 73.84TJ까지 높아졌습니다.
1TJ는 약 23.88에너지환산톤(TOE)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의 에너지 사용량은 다음 달 확정됩니다.
녹색제품 구매도 미진합니다.
지난해의 경우, 녹색제품을 구매하는 데 18억원을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2억5000만원 모자란 15억5000만원만 집행했습니다.
올해는 녹색제품 구매 이행 계획금액을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인 8억 5000만원으로 설정했습니다.
K-RE100 가입도 '말만'…'허위공시' 의혹까지
수출입은행은 현재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 제도(K-RE100)도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까지 제로(0)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방향'에 따라 설정한 '2040 기관 탄소중립' 목표, 그리고 연말 준공되는 데이터센터 개관에 맞춰 "K-RE100 가입 검토 예정"이라고만 밝힌 상태입니다.
K-RE100은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도입한 제도입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민간에서 진행하지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인프라(사회적 생산 기반 시설)가 상대적으로 열악해 정부 주도하에서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 다수가 K-RE100에 참여하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은 RE100 참여 기업에 금리를 우대하는 방식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태호 의원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 금융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 국제 감축사업 전담기관인 수출입은행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입은행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한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발간한 '2023 연차보고서' 부록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권고 기준에 따른 기후변화 관련 정보'에 잘못 표시된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 (사진=수출입은행 연차 보고서 갈무리)
한편 수출입은행은 최근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연차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를 잘못 표시해 '허위공시' 의혹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발간한 '2023 연차보고서' 부록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권고 기준에 따른 기후변화 관련 정보'에 정보가 잘못 기재된 자료를 실었습니다.
지난 2017년에 비해 170톤 늘어난 3785톤의 온실가스를 2022년에 배출해놓고 막대그래프는 배출량에 비해 짧게 표시한 것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정성호 의원은 "연차보고서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마치 달성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수출입은행은 전사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