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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이태원참사 438일 만에…진상규명 '첫걸음'


[뉴스토마토 박진아·신태현·유근윤 기자] 지난 2022년 10월 159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습니다.

여야는 9일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그간 첨예하게 대립해 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야권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요. 여당의 표결 불참 속, 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수용한 수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표결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제정안이 통과하자마자 오열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년73일 만에 비로소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별법 통과 직후…민주 "거부권 땐 국민 심판"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을 재적 177석에 찬성 177표로 가결 처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 직전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고, 민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됐습니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놓고 막판까지 협상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요. 여야는 김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토대로 지난주부터 이날 오전까지 협상을 이어왔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쟁점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인데요. 민주당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 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이미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됐고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진상 규명보다는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여야는 협의를 시작하면서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는 듯 했으나, 특조위 구성과 권한, 상임위원 추천 방식 등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 특검(특별검사)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특조위 설치를 수정안에 반영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시행일은 총선 뒤인 4월10일 이후로 조정했습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 직후 "이제 공은 다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마저 거부할 것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수용하고 공포해 달라. 이번에도 국민의 뜻을 거부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 야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강행하자, 국회 본회의장을 퇴장해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 등은 '재난의 정쟁화 중단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야당을 성토했습니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체투지 나선 유가족들…마지막 희망의 끈

  

민주당이 지난해 4월 발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같은 해 6월30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1월29일 자동 부의됐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 표결 당시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는데요.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안건은 부의된 지 60일 이내(1월28일)에 자동 상정되는데, 민주당은 지난해 연내 처리를 줄곧 강조해 왔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특별법 통과를 위해 1인 시위, 추모제, 오체투지 등 긴급행동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전날에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약 2시간30분가량의 행진과 함께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은 지난 11월29일 특별법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 120시간, 159시간, 48시간 비상 행동을 연이어 선포했고 추위에도 눈 덮인 길 위에서 오체투지까지 하며 여야의 결단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켜 국회를 향한 마지막 발걸음이, 진상규명의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날 직접 본회의를 방청해 표결 결과를 지켜봤는데요. 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오열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본회의장을 나서는 유가족들의 표정에는 옅은 희망의 미소도 엿보였습니다.

 유가족들의 간절한 염원대로 제정안이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새로운선택은 논평을 통해 "만시지탄이지만 법안 통과를 엄숙한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 오체투지 행진까지 하면서 고생한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리며, 진상을 규명하고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의 본회의 재표결은 무산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쌍특검법의 본회의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했는데요. 두 법안에 대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이 각각 표결에 부쳐졌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반대표로 모두 부결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표결을 지켜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신태현·유근윤 기자 toyouja@etomato.com

newstomato.com | 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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