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박주용 기자]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특별검사법)이 정국 블랙홀로 급부상하면서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 법안에 대해 전례 없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 민심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장 '이해충돌'과 '직권남용'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앞서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메시지를 내며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국정을 이끌어 갈 '변화'의 뜻을 보인 바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 거부권에…'중·수·청' 민심 악화
9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8.2%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은 17.1%에 불과했습니다.
또 18.6%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60대까지 "국민의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이 높았는데요.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에서조차 '김건희 특검법' 거부가 "국민의힘에 부정적"이란 응답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여권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지역별로도 전 지역을 막론하고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이 크게 앞섰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호남은 물론, 보수의 안방인 영남에서조차 절반 이상이 "국민의힘에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입니다.
중도층 61.0%, 서울 63.8%, 20대 61.8%가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줬던 우군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승패를 좌우할 최대 승부처로 꼽힙니다.
결국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민의힘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총선 구도에서 '정권심판론'에 대한 동의도 절반을 넘었습니다.
국민 54.4%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동의했는데요. 반면 여권의 '거대 야당 심판론'에 공감을 표한 응답은 37.1%에 그쳤습니다.
20대에서 50대까지 '정권 심판론'이 우세한 가운데, 특히 청년세대인 20대와 30대에서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60대조차 '정권 심판' 45.1% 대 '야당 심판' 48.2%로 팽팽할 정도로,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윤석열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규정 지었습니다.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충청권에서도 '정권심판론'이 우위를 보였습니다.
서울 58.2%, 대전·충청·세종 52.0%가 '정권심판론'에 공감했습니다.
민심의 바로비터인 중도층에서도 56.6%가 '정권심판론'에 동의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한쟁의 카드' 꺼내는 민주당…18표 이탈 땐 '특검 정국'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센 가운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특검법이 최종 확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요. 재적 의원 298명이 전원 출석할 경우 199석 이상이어야 재의결이 가능합니다.
범야권 181명(민주당 167석·정의당 6석·기본소득당 1석·진보당 1석·한국의희망 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5석)이 전원 출석하고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18석의 이탈표가 나오면 '김건희 특검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재표결해 법안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총선 후보들에 대한 공천 이전, 즉 표 단속이 가능한 이번 본회의에서 재표결 처리를 통해 법안을 폐기시키고 대형 악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당내에선 야당이 재표결 절차를 지연시키면 자칫 총선 투표일 당일까지 김건희 특검법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함께 나오는 실정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대통령이 가족인 배우자가 관련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법리적 검토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정상 9일 재표결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2월 이후 임시회를 소집해 쌍특검법 재표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재표결 시기를 최대한 늦춰 성난 여론을 총선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국민의힘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이탈표'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여야는 쌍특검법 재의결 시점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논의할 수도 있는데요. 다만 감찰관 추천을 두고 여야 입장 차가 커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현재 여권에서는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대응 카드로 꺼내 들었지만, '물타기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박주용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