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시작으로 드라마, 웹툰까지 K컬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뜨겁습니다.
특히 K팝을 중심으로 K컬처 해외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K컬처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그간의 폭발적인 성장과 달리 최근 K컬처 전반에선 위기 신호가 포착됩니다.
더 늦기 전 되짚어봐야 할 K팝, K웹툰, K드라마의 현주소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작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K팝은 최근 그 성장세가 둔화됐습니다.
피지컬앨범(실물앨범) 판매량은 처음으로 역성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가요업계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팬덤 사이 누적된 피로감을 지적합니다.
팬데믹 속 성장세, 엔데믹으로 힘 잃어
팬덤에 피로감이 누적된 이유를 알기 위해선 국내 가요 시장이 'K팝'으로 전세계로부터 주목 받게 된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K팝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야외 활동이 제약되면서 온라인 공간 속 K팝 아이돌 콘텐츠에 팬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던 것인데요. 방탄소년단(BTS)이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 꾸준히 올렸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 팬덤이 성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야외 활동이 회복되면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K팝 성장 동력이 힘을 잃게 된 겁니다.
엔데믹 시대에 걸맞은 다른 전략이 요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K팝 시장 전략은 피지컬 앨범에 집중된 마케팅, 해외로 쏠리는 공연·시상식 등 팬데믹 이전을 답습하는 중입니다.
현재 K팝 산업은 하향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위기 신호를 곳곳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연도별 상반기 앨범 차트 TOP400 판매량.(사진=써클차트)
피지컬 앨범 판매량에서도 K팝 시장 성장 둔화가 눈에 띕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앨범 판매량은 4670만3205장으로 2023년 상반기 5487만4493장보다 14.8% 감소했습니다.
작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K팝 앨범 판매량이 처음으로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2023년 상반기 앨범 차트 1~13위까지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2024년 상반기는 앨범 차트 1~9위까지만 100만장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5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앨범도 작년 2건에서 올해는 0건입니다.
피지컬 앨범 마케팅 비판 여론
업계는 피지컬 앨범 판매에 집중된 K팝 산업 마케팅에 팬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팬들 사이에서 K팝 마케팅 전략에 대한 비판마저 심심치 않게 나오는 형국입니다.
최근에는 기획사들이 앨범깡(포토카드·팬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한 앨범 구매 행위)을 조장해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일부 팬들 사이에서 나온 바 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A기획사는 2023년 기준 약 1397톤의 플라스틱을 배출했습니다.
이 중 1249톤(89%)이 소속 가수 앨범이었습니다.
가요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한 앨범을 가지고 1년을 넘게 활동을 하지만 K팝은 인스턴트 형태를 띤다"며 "인스턴트 앨범을 내다 보니 경쟁이 붙을 수 밖에 없고 이전 앨범보다 판매량이 높거나 적어도 비슷해야 하니 과도한 마케팅이 팬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연까지 번진 피로도
피지컬 앨범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자 소속사는 요즘 공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공연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연횟수가 잦아지자 피지컬 앨범이 그랬던 것처럼 공연 역시 해외 팬덤의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데이터로 살펴본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K팝 해외 매출액 중 해외 공연 매출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음반류 상품 수출은 2022년 대비 작년 13.2% 성장한 데 비해, 해외 공연 매출은 59.8% 증가했습니다.
음반류 상품 수출은 2020년 폭발적 성장 이후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습니다.
NCT 드림 일본 돔투어 오사카 공연.(사진=SM엔터테인먼트)
빌보드 '더 이어 인 투어링'에 따르면 하이브 소속 그룹의 공연 횟수는 2022년 60회였으나 2023년 93회로 증가했습니다.
블랙핑크 오프라인 공연 횟수는 2022년 24회에서 2023년 38회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트와이스 38회, NCT 드림 31회, 에스파 29회, 스트레이키즈 27회, 에이티즈 25회, BTS 슈가 23회, (여자)아이들 22회, 동방신기 20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4회, 세븐틴 18회, 더보이즈 18회, 엔하이픈 18회, 레드벨벳 11회, 있지 10회, NCT 127 9회, 르세라핌 9회 등의 해외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올해는 해외 공연이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공연에서도 역시 인스턴트 음악 문화가 문제로 지목되는데요. 한 가요업계 관계자는 "신곡 발표 때마다 해외 공연을 나가고 여기에 각종 시상식을 해외에서 진행하는 구조"라며 "한 달 사이 일본에서 20회의 팬미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현지에서 자국 가수보다 더 자주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내 인프라는 열악
사실 문화역량의 축적이나 경제적 파급력을 생각하면 국내 공연문화의 성숙이 우선돼야 할 텐데요. 그러기엔 국내 인프라가 발목을 잡습니다.
국내의 경우 공연장이 부족해 공연을 잡기조차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국내 3만석 이상 되는 전문 공연장이 없는 데다, 경기장을 대관하더라도 잔디 훼손 등 문제로 구설에 오르기도 합니다.
가요업계 관계자는 "가까운 대만만 하더라도 수도와 떨어진 가오슝을 문화 도시로 만들면서 대형 공연장을 세웠다"며 "대관비를 받지 않는 대신 팬들이 몰리도록 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 쪽을 택했는데, 우리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여긴다면 민간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정부의 정책·지원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CJ 라이브 시티 조감도. (사진=한화건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