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노인 전용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사회적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고급화' 노인주택 외에도 정부·공공기관이 머리를 맞대 서민형 노인전용주택 공급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렇지만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때를 전후해 노인전용주택 공급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지만 선거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등 관련 정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또 공급확대뿐 아니라 인식개선까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인전용주택 정책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인전용주택 공급확대 시급…전체 노인 가구 중 0.4% 불과
먼저 노인주거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는 노인전용주택 공급확대가 꼽힙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노인가구 주거편익 향상방안'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확보된 노인전용주택은 약 3만호로 전체 노인가구의 0.4%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21년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연립주택에서 홀로 사는 80대 노인이 방 안에서 냉풍기 바람을 쐬는 모습. (사진=뉴시스)
현재 우리나라에 노인가구만을 위한 주택공급유형으로는 △고령자복지주택(6329호) △고령자매입임대주택(2616호) △주거약자용주택(2만1000호) 등이 있습니다.
이중 고령자복지주택은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이 복합 설치된 공공영구임대 주택이며, 고령자매입임대주택은 저소득 고령자가 현재 생활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기존 주택을 매입 후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으로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과 기본틀이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주거약자용주택은 주거약자에게 지원할 목적으로 건설·개조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많습니다.
이처럼 세 가지 유형의 노인전용주택이 존재하지만 문제점도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체 노인가구의 0.4%에 불과한 공급량을 비롯해 노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서울시 등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의 경우 '어르신 안심주택' 3000가구 공급 등의 자체 방안을 내놓고도 있지만, 실제 노인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자체의 경우 마땅한 대책 마련도 쉽지 않습니다.
낮은 재정자립도 때문입니다.
부정적 인식개선 시급…노인 '전용' 주택 용어도 검토해야
이외에도 주거약자용주택 시설기준이 적용된 주택재고의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주산연 자료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은 수도권 8%, 지방 5% 이상 시설기준을 적용해 건설하도록 의무화돼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재고의 28.5%에 노인가구가 거주하고 있음에도 분양주택에서 노인 등 주거약자를 위한 건설기준이 따로 존재하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 주거약자용주택 시설기준이 적용된 주택 자체도 전체 2%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적 허술함에 더해 노인전용주택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정의하고 인식개선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방 안에서 TV를 시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인전용주택이 정말 '노인전용'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노인복지법상 노인 기준인 만 60세 이상이 분양을 받더라도 자녀와 같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나중에 돌아가신 후 상속 증여나 매매를 하더라도 최초 입주자만 60세가 넘도록 해서 나중에는 일반인들도 살게 해야 되는데, 상속· 증여를 하더라도 60세 이상만 들어와 살아야 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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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이어 "인식개선 문제도 시급하다.
일반적으로 서민형 노인전용주택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인주택은 고급화 전략을 택한 실버타운이나 도심지에 위치한 주택에만 한정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각종 임대주택, 청년주택부터 노인전용주택까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택들이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부정적' 낙인이 찍히는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며 "민간이 공급하는 고급형 실버타운은 이른바 핵심지에 위치해도 되고 공공이 공급하는 노인전용주택은 자꾸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는데 그러면서 노인전용주택이 들어서는 지역은 집값 약세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택 공급사업자들에게 도심지에 노인전용주택 등을 지을 경우 금융적 지원,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물량 확보가 용이하도록 하는 전향적인 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