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국경절인 9·9절 맞아 당과 정부의 지도간부들을 축하하고 금후 국가사업 방향과 관련한 중요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우리는 지금 핵무기 수(數)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 건설 정책을 드팀없이(흔들림 없이) 관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기하급수적 핵무기 확대'를 공언하고 있는 반면, 지난달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강을 발표하면서 '북한 비핵화' 문구를 빼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군비경쟁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한국이 북핵 폐기 혹은 비핵화 이슈를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미 공화·민주 정강 '북 비핵화'문구 삭제…"글로벌 군비 경쟁과 관련"
최용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지역전략연구실 박사는 지난 6일 발표한 '미국 양당 정강정책에서 北 비핵화 언급 삭제, 배경과 과제' 보고서에서, "대선 공약에서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포기했다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예전에 언급되었던 비핵화 문구가 사라진 것을 예사롭게 넘길 수도 없다"며 그 배경을 "미·중 전략경쟁이 확대·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탈냉전 이후 만들어진 군비통제 레짐들이 급속하게 해체되고 글로벌 군비경쟁이 불붙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 및 중국과 핵 군비경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최 박사는 이어 "한편으로는 핵군비경쟁을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군비경쟁국의 우방인 북한의 핵폐기를 추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러시아 및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장기화되면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속내를 진단했습니다.
그는 "미·중-미·러 관계가 악화되면 중·러에 있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으며, 북한의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 행위에도 불구하고 추가 제재에 거듭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인하여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고 있다.
"(김정은, 2021년 9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제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김정은, 2021년 12월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이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의 협상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면서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회의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이 단기해결이 어려운 협상을 통한 비핵화보다 대북 억제에 우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최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북 직접 협상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망하면서 "민주당의 정강정책이 동맹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억제에 초점을 두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공화당의 경우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양당 정책의 차이를 진단했습니다.
"트럼프-김정은 만나도 북한 비핵화 획기전 진전 기대 쉽지 않아"
그러나 최 박사는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비핵화의 획기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예측했습니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북미정상회담) 에서보다 더 적게 양보하려 하거나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나, 미국은 하노이에서보다 더 큰 양보를 이끌어 내야 국내정치적 설득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다수 전문가들이 전면 '빅딜'이 아닌 실질적 대안으로서 핵군축 혹은 군비통제적 접근 가능성을 거론하는데요. 트럼프 진영의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바이든정부의 북핵 문제 담당 실무책임자인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현재는 퇴임)도 이 같은 방안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최 박사는 "군비통제적 접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만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전 세계 비확산 체제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4월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핵군축 협상은, 핵폐기 자체를 전제로 하는 협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한·미·일 간 위협인식의 차이, 즉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우선 제거를 원하는 반면 한·일은 중단거리 전술핵 제거가 더 시급합니다.
북한은 비핵보유국인 한국, 일본의 협상자격을 문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비핵화 이슈 주도해야…냉전시대와 달리 중, 러 수교 장점 활용 가능"
최 박사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북핵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은 정책 목표로서 비핵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한국이 북핵 폐기 혹은 비핵화 이슈를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북한핵이 기정사실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모든 대북협상에서 한미가 함께 하기 위해 한반도에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교전략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는 북한과 같은 국가의 핵무기는 군사적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무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결은 물론 대화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최 박사는 끝으로 "한국으로서는 냉전시대와 달리 중국, 러시아와 수교한 국가라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안정과 비핵화 이슈를, 동아시아 지역 공동의 이슈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