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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국책은행 일터에서도 무너진 '헌법 가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중소기업은행지부가 오는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국책은행 일터에서도 무너진 '헌법 가치'를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17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의 총력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에 관한 투쟁(임단투) 결의대회가 개최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석열의 이번 내란은 '국민주권'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은행, 넓게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일터에도 경제 정의와 평등이란 헌법 가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특히 그는 "노동자들에게 보장된 단체교섭권은 칼갈이 찢기고 짓밟히고 있다"며 기재부에 화살을 겨눴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코로나19 당시만 해도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 휴가를 가지 못하면 수당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무렵부터 예산 미배정을 이유로 보상 휴가를 사용하지 못해도 수당을 따로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임직원 1인당 미지급 시간 외 근무 수당은 평균 약 591만원입니다.

올해 6월 말 기업은행 총 임직원 1만3323명으로 환산하면 787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의 경우 기업은행은 2조7000억원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노동자들에게는 한 푼도 몫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반면, 기업은행의 최대 주주인 기재부는 4668억원의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최근 3년간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아 간 배당금만 1조원이 넘습니다.

'이익이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단순한 사회적 원칙조차 국책은행 일터에선 무너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와 같이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면 '공적 가치'를 이유로 초과근무까지 강요받는 게 국책은행 노동자 현실입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은행(024110)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로서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노동자 임금은 시중은행보다 30%가량 낮습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권 '경영 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업은행 직원의 1인당 근로소득(급여·상여·기타) 평균은 8524만원입니다.

KB국민은행(1억1821만원)과 신한은행(1억898만원), 하나은행(1억1566만원), 우리은행(1만969만원), NH농협은행(1억1069만원) 등 5대 시중은행과의 임금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경영진이 임단협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은행 측은 '정부 승인' 탓을 하고 있는데요.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9월부터 △3번의 대표단 교섭 △10번의 실무자 협상 △2번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치며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정부 승인이 먼저"라며 노조 요구를 모두 거절했습니다.

정부의 총 인건비 제한으로 인해 노동자가 받지 못한 시간외근무 수당인데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노조 입장에선 답답합니다.

한 달 넘게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내부 출신이 기업은행장 자리에 가도록 힘을 보탰지만, 현실은 낙하산 인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로운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18대 집행부는 각오가 남다릅니다.

공공기관 예산지침 특성상 올해 임단협에서 확정한 임금 인상률은 다음 해에 쓸 수 없어 통상 해를 넘기지 않고 노사가 임단협을 체결해왔지만, 이번에는 투쟁 종료 시점을 미리 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다른 공공기관 노조도 투쟁에 한뜻을 모았습니다.

 

지난 6일 18대 기업은행 노동조합 임원 선거에서 당선된 류장희 당선인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번 임단투는 단순히 임금을 높이고 보상을 확대하자는 투쟁이 아니다"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공정과 정의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투쟁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이어 "18대 집행부는 공정한 임금 체계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할 때까지 지금의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윤석열 대통령은 '윤석열 씨'로 바뀌었지만, 그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내걸며 탄압했던 노동자 권리는 금방 회복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국책은행 노동자조차 임금이 체불되는 마당에 노조가 없는 기업의 노동자는 어떤 마음일까요. 눈물을 삼키고 하루를 삽니다.

 

(앞 줄 왼쪽부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중소기업은행지부의 김형선 17대 위원장과 류장희 18대 위원장 당선인이 17일 개최된 총력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에 관한 투쟁(임단투) 결의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newstomato.com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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